선배녀 - 10부
소변이 마려워 잠에서 깼을 때 발딱 선 내 자지가 소연이의 엉덩이에 눌려져 있었다. 내가 소연이를 뒤에서 끌어안고 거실에서 자고 있었던 것이다. 근데 왜 소연이가 내게 안겨서 자고 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나는 시은이를 비롯하여 동기들과 즐겁게 술을 마시고 있었고, 생각나는 건 거기까지였다.
소변이고 뭐고 간에 내 자지를 소연이 엉덩이에 비비며 가슴을 만지작거리고 싶었지만, 아직 거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한쪽 구석에서 몇몇이 옹기종기모여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이 보여 차마 그렇게 하질 못했다. 나는 빳빳한 자지가 눈에 띄지 않도록 추스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리 주위뿐만 아니라 거실 곳곳에 동기들이 너부러져 잠에 취해있었다.
나는 동기들을 밟지 않도록 조심스레 움직여 화장실로 갔다. 소변을 보고 다시 소연이 곁으로 가다가 문득 시은이가 떠올랐다. 잘 자고 있나 보려 구석구석에 눈길을 주며 찾았지만 시은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소연이에게 향하던 발길을 옮겨 방으로 향했다. 방문을 살짝 열어 얼굴만 들이밀고 시은이를 찾았지만 방안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충 둘러보아도 시은이의 실루엣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아 방문을 닫고 다른 방으로 발을 옮겼다. 이번에도 방문을 살짝만 열어 얼굴만 집어넣고 시은이를 찾았다. 시은이가 얼굴을 방문 쪽을 향하고 누워 자고 있어서 그나마 쉽게 시은이를 찾을 수 있었다. 시은이는 곤한 표정으로 얕은 숨을 내쉬며 잠에 취해 있었다.
잘 자고 있는 것 같아 방문을 닫고 나오려는데 뭔가 이상해서 다시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은이의 배위에 시은이의 손이 아닌 다른 이의 손이 올려져있었다. 그 손의 주인공이 누군지 궁금해진 나는 방안으로 들어가 시은이의 뒤에 누워있는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현준이었다.
현준이가 잠결에 그랬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러기엔 찝찝한 마음이 들어 방문을 닫고 다시 시은이 곁으로 가서 시은이를 마주보고 누웠다. 오래 누워있을 생각은 없었다. 현준이가 잠결에 그런 건지 일부러 그런 건지만 확인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크게 쌔근거리며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 10분쯤 흘렀을까. 그때까지도 현준이에게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하는 찰나에 현준이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 위에 얹어져 있던 손이 조금씩 위로 가더니 시은이의 가슴에 슬쩍 얹어졌다.
아직까지는 작정하고 만지는 건지 잠결인지 애매했다. 그래서 나도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현준이가 시은이의 가슴의 촉감을 느끼고 있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현준이의 손이 또다시 움직였다. 시은이의 가슴 위를 쓰다듬듯이 올라갔다 내려온 것이다. 이 또한 판단하기 애매했다. 마음속으로는 들끓고 있었지만 괜히 나섰다가 괜한 사람 성추행범으로 만들까봐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때 현준이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며 시은이의 가슴을 움켜쥐는 것이 보였다. 시은이는 범접하기 어렵다고 포기하고 다른 동기들한테 찝쩍대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아직 미련이 남은 건지, 아니면 오기로라도 시은이를 한번 만져보고 싶었던 건지 추잡한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 맞았다. 시은이에게 더러운 손길이 닿도록 내버려둘 수 없어 현준이의 손을 꽉 잡고 꺾어서 치워버렸고, 현준이는 비명을 삼키며 자신의 손을 부여잡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유도를 했기 때문에 악력이 상당히 세서 무방비 상태로는 잡히는 것만으로도 아플 텐데 꺾어버리기까지 했으니 꽤나 아팠을 것이다. 놀라서 몸을 일으켜 날 쳐다보고 있는 현준이에게 조용히 다시 누워 있으라는 손짓을 했고, 현준이는 슬그머니 다시 자리에 누웠다.
나는 시은이를 계속 여기서 재우면 안 될 것 같아 흔들어 깨웠다. 시은이는 신기할 정도로 잠투정 한번 안 부리고 깨우는 대로 일어나서 내가 가자는 대로 따라 나왔다. 이렇게 순한 애는 다신 없을 것 같았다. 어떻게 이런 애가 그토록 도도할 수 있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내 겉옷을 챙겨 시은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시은이는 비몽사몽하며 눈을 감고 서있었고, 나는 시은이에게 내 옷을 걸쳐주고 가만히 바라보았다.
“시은아, 졸려?”
시은이는 잠을 깨려는지 눈을 부비며 대답했다.
“응. 근데 왜 깨운 거야?”
“그럴 일이 있었어. 많이 졸리면 거실에서 잘래?”
“뭐야, 깨울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그럼 조금 걸을까?”
“응.”
시은이와 나는 다정스레 손을 잡고 마을 어귀까지 걸어갔다. 마을 어귀에는 구멍가게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문도 굳게 닫혀있고 불도 꺼져있었다. 우리는 구멍가게 앞의 평상에 앉았다. 별다른 말도 없었는데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보았다. 머쓱해진 나는 시은이에게 씨익 웃어주고 평상에 벌러덩 드러누워 하늘과 마주했다. 서울에서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에는 서울에서 보기 힘든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시은아, 너도 하늘 봐봐. 별 진짜 많다.”
“근데 진짜 나 왜 깨운 거야? 설마 별 보라고 깨운 거야?”
“그런 거라면?”
“죽여 버릴 거야.”
“이런 낭만 없는 대학생 같으니라고…….”
“진짜 죽고 싶구나?”
“네가 너무 예뻐서 깨웠어. 됐어?”
“치, 그렇긴 하지만…… 그럼 가만히 보고 있지, 왜 깨워?”
“데려 나와서 나 혼자 보려고…….”
“뭐야, 네가 내 남자친구야? 다른 애들도 내 예쁜 얼굴을 좀 봐야 나도 커플해볼 거 아냐? 가만 보면 너 때문에 남자들이 나한테 접근을 못 하고 있는 거 같아.”
“나 때문이긴……. 그럼 내가 옆에 없을 때 접근하는 남자 있었어?”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혼자 길거리 돌아다니다보면 전화번호 가르쳐달라는 남자 많아.”
시은이 말대로 일지도 몰랐다. 시은이가 눈에 띄는 미모를 지니고 있었고, 시은이를 모르는 사람들은 시은이가 도도한지 어떤지도 모른 채 시은이의 미모만 보고 접근할 테니 꽤나 많은 남자들이 찝쩍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봤자 시은이 성격에 전화번호를 가르쳐줄리 만무했고, 현실은 지금 이렇게 솔로로 지내고 있지 않은가.
"그럼 걔네 만나면 되잖아. 사실 뻥이었지?"
"뻥 아니거든! 지나가다 본 남자랑 어떻게 사귀니?"
"그럼 나랑 별로 안 친할 때, 그때는 왜 그렇게 학교에서 인기가 없었을까?"
내가 계속 놀리자 시은이는 발끈하며 대답했다.
“학교에서도 있었거든요.”
“정말?”
“그래, 있었어. 두 명이나.”
“저번엔 없다고 그랬었잖아.”
“그건…… 그냥 말하기 싫어서 그런 거였지.”
“우리 시연이 인기 많았구나. 근데 너 혼자 오버하는 건 아니지?”
“응?”
“그냥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한 건데 나 좋아하나 막 이러면서…….”
“아니거든요. 나 좋아한다고 했었거든요.”
“그래? 그럼 만나보지 왜 안 만났어?”
“그땐 별 생각이 없었어.”
“이젠 만나고 싶어 애가 닳는데 내가 막고 있는 거야?”
“알면 됐어.”
“그래도 못 비켜줘. 네 남자친구는 내가 골라줄 거야. 아무한테 너 못 줘.”
시은이는 내 말이 싫지 않은 듯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네 맘대로 하세요.”
우리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동안 어느새 동이 트기 시작했다. 시은이와 나는 다시 펜션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길을 걸었다. 반쯤 갔을 때 시은이는 힘들다며 조금씩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시은이를 어르고 달래서 겨우겨우 걷고 있었는데 결국 시은이는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나 힘들어서 못 가겠어. 다리 아파.”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몰라. 나 힘들어.”
“그럼 쉬었다가자.”
“나 업어줘.”
“어?”
“업어달라고. 힘들어. 업어줘.”
“쉬었다 가.”
“쉬어도 안 돼. 업어줘.”
나는 시은이의 생떼에 못 이겨 한숨을 내쉬며 시은이의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시은이는 아이처럼 좋아하며 얼른 내 등에 업혔고, 나는 천천히 일어나 걸어갔다.
“너 되게 무겁다.”
“응. 알아.”
“한 70킬로 되는 거 같아.”
“80도 넘을 걸?”
“이 정도 얘기하면 자존심 상해서 내려야 하는 거 아냐?”
“내가 너의 얕은 수에 당할 거라 생각했어?”
나는 펜션에 도착하기 전에 시은이를 내리는 것은 포기하고 조금이라도 빨리 내리기 위해 이를 악물고 걸음을 재촉했다. 펜션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도착했어. 어서 내려.”
나는 시은이를 내려주려고 쪼그리고 앉았지만 시은이는 대답도 없었고 내릴 생각도 없어 보였다. 숨을 죽이고 시은이의 동태를 살펴보았다. 일정한 간격으로 얕은 숨을 내뱉는 걸 보니 시은이는 자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힘들어 죽을 뻔 했는데 편안히 자고 있었다니…… 부아가 치밀었다. 또 한편으로는 잘 자고 있는 시은이를 깨워서 데리고 나온 건 나였으니까 내가 뿌린 씨앗을 내가 거두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시은이의 엉덩이를 두들기며 시은이를 깨웠다. 잠에서 깨어난 시은이는 내 등에서 떨어지며 하품을 하였다. 나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휴식을 취했고, 시은이는 그런 날 보더니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너 왜 이렇게 땀 흘렸어? 나 업고 와서 그런 거야?”
“80키로 넘는 걸 업었더니 힘드네.”
“그렇게 힘들었음 말을 하지.”
“알아서 내릴 줄 알았지. 내리기는커녕 자고 있을 줄이야…….”
“미안. 네 등이 너무 포근해서 잠들었나봐. 얼른 들어가서 샤워라도 해.”
“너! 다신 안 업어줘!”
시은이는 내게 있는 대로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 팔을 붙들고 엉겨 붙었다. 나는 시은이의 허리에 팔을 두르며 감싸 안았다. 순간 시은이는 짧은 비명을 질렀고,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번쩍 들어 올렸다가 놓아주었다.
“이렇게 무거운 걸 여기까지 업고 왔다니…….”
시은이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다가 이내 정신이 들어 내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
“너…… 이씨…… 죽을래?”
나는 시은이를 뒤로 하고 걸어가며 말했다.
“나 샤워할 거야. 넌 소연이 옆에 가서 자. 딴 데서 자지 말고.”
“알았어.”
시은이는 대답과 함께 날 졸래졸래 따라 펜션으로 들어왔다. 시은이는 내 말대로 소연이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웠고, 나는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하며 생각해보니 나란 놈이 너무나도 웃긴 놈인 것 같았다. 비록 소연이는 다른 동기들의 눈이 있어 안심할 수 있는 밝은 거실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여자친구인 소연이를 내버려두고 시은이를 챙겨 나갔다가 온 게 말이 안 되는 행동이었던 것 같았다. 시은이를 친구로서 끔찍이 생각하는 나 자신이 정말 멋지긴 하지만 소연이를 위해서라도 자제할 필요성을 느꼈다.
* * *
동기엠티는 소연이와의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참으로 알찬 시간이었다. 그러나 즐거웠던 동기엠티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연이 누나와의 화해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지연이 누나는 내가 그렇게 가버린 것에 대해 단단히 화가 났는지 전화도 받지 않았고, 문자를 보내도 무시했었다.
나는 혜림이 누나의 도움으로 지연이 누나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오늘 수업을 듣고 진원이 형과 영화를 보러 갔다 와서 선배들이랑 술을 마시기로 했다는 것이다. 나는 혜림이 누나에게 그 자리에 가겠다고 통보를 했고 혜림이 누나도 다른 선배들한테 얘기를 하겠다고 했다.
다른 선배들도 이젠 나를 꺼려하지 않았다. 내가 소연이와 사귄다는 사실을 알고 난 다음에는 오히려 선배들이 술 마시러 오라고 할 정도였지만 내가 꺼려져서 피했었다. 뿐만 아니라 소연이와 지연이 누나를 번갈아가며 만나느라 바빠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지연이 누나를 달래주기 위해 그 자리에 꼭 나가야만 할 것 같았다.
내가 선배들이 술을 마시고 있는 자리에 갔을 때는 이미 모두가 모여 있었다. 한쪽 의자에는 지연이 누나, 진원이 형, 진구 형이 차례로 앉아있었고, 다른 한쪽 의자에는 유리 누나, 민기 형, 혜림이 누나가 차례로 앉아있었다. 선배들이 앉아있는 의자에는 앉을 틈이 없어 의자를 하나 끌어다가 앉아야 했다. 지연이 누나와 유리 누나가 앉아 있는 쪽은 벽이라서 갈 수 없었고 혜림이 누나와 진구 형이 앉아 있는 쪽 모서리에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
오랜만에 보는 유리 누나는 정말 반가운 듯 나를 맞아주었다. 나는 그에 보답하여 능청스럽게 유리 누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누나 더 예뻐진 거 같아요. 연예계 데뷔 준비하세요? 왜 이렇게 예뻐져요?”
유리 누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민기 형에게 눈짓을 보냈고, 민기 형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너무 띄워주지 마. 얘 진짠 줄 알아.”
“제가 좀 과했죠?”
“그래. 적당히 했어야지.”
민기 형은 호탕하게 웃었고, 유리 누나는 샐쭉거리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다른 선배들과도 가벼운 농담을 곁들여 인사를 나누었다. 진원이 형과도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지만 그때까지도 지연이 누나는 내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오히려 보란 듯이 진원이 형 옆에 찰싹 달라붙어 내 신경을 긁고 있었다. 일단 나도 적당한 기회가 올 때까지는 지연이 누나는 내버려두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아무런 내색 없이 다른 선배들과 담소를 나누며 술을 마셨다.
지연이 누나와 단둘이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엿보고 있었지만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오늘따라 지연이 누나는 화장실도 한번 안 가고 계속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렇게 기회만 기다리며 계속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내가 실수로 혜림이 누나의 발을 툭 찼다. 나는 내가 찬 부위를 털어주려고 고개를 숙였다. 혜림이 누나는 짧은 청치마를 입고 있었고, 나는 혜림이 누나의 종아리 부위를 툭툭 털어주었다. 한창 진원이 형의 얘기를 듣고 있던 혜림이 누나는 날 스윽 보더니 다시 진원이 형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문득 장난이나 쳐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손을 뻗어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에 슬쩍 올려놓았다. 혜림이 누나가 이번에는 날 쳐다보지도 않고 진원이 형의 얘기에 집중하는 척 하고 있었다. 나는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를 내 쪽으로 잡아당겼는데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는 힘없이 따라왔다. 나는 슬쩍 의자를 옮기며 혜림이 누나 쪽으로 붙어 앉으며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 안쪽을 어루만졌다.
조금 더 깊은 곳까지 만지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자세가 너무 어정쩡해져서 내가 하고 있는 짓이 그대로 걸릴 것만 같았다. 혜림이 누나도 내가 여기서는 더 이상 어쩌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날 그냥 내버려두는 것 같았다.
나는 순간 미끄러지며 넘어지는 척을 했다. 민기 형이 자리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내가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를 만지는 것은 민기 형이 고개만 돌려 내려다보면 바로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계속 민기 형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넘어지는 척을 하며 위기를 모면하려 했고, 다행히도 민기 형은 내가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를 만지고 있다는 것을 보지 못했고 전혀 눈치 채지도 못했다.
민기 형은 자리에서 나와 화장실로 향했고, 나는 혜림이 누나에게 옆으로 당겨 앉으라고 눈짓을 보냈다. 혜림이 누나는 잠시 망설이고 있었지만 내가 손으로 허벅지를 밀자 못이기는 척 밀려나 옆으로 갔다. 나는 얼른 혜림이 누나의 옆에 자리 잡고 앉았지만 혜림이 누나를 건드리지는 않았다.
시간은 충분했기 때문에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민기 형이 돌아온 다음 시작해도 늦지 않은 것이다. 곧 화장실을 다녀온 민기 형은 내가 앉아있던 자리에 앉아 대화에 참여했다. 근데 내가 혜림이 누나를 만진다면 유리 누나뿐만 아니라 민기 형도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사람을 동시에 신경 쓰며 만지기는 힘들 것 같아 한 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몸을 살짝 돌려 민기 형으로부터 내 손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도록 막아두었다.
나는 완벽하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를 끝낸 다음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에 손을 얹었다. 아까처럼 내 손은 허벅지 안쪽 살을 어루만졌고 혜림이 누나도 이 정도는 괜찮은지 표정변화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부드러운 살결을 안주삼아 술을 마시니 술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허벅지를 어루만지던 내 손이 서서히 혜림이 누나의 다리 사이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혜림이 누나의 표정이 살짝 굳어지며 내 손목을 붙잡았다. 혜림이 누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내게 더 이상 만지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고, 나도 혜림이 누나의 뜻을 받들어 손을 되돌려 허벅지만 어루만질 뿐 진전시키지 않았다.
나는 혜림이 누나를 놀려주고 싶어 장난을 쳤다. 내 손이 슬쩍슬쩍 허벅지를 타고 올라가는 시늉을 할 때마다 혜림이 누나는 움찔하며 살짝살짝 다리를 오므렸다 폈다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기회가 왔다. 지연이 누나는 내 여자친구가 아니랄까봐 역시나 내 편이었던 것이다. 지연이 누나가 핸드폰을 떨어트렸고, 모두의 시선이 지연이 누나에게로 쏠렸다. 혜림이 누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 틈을 타 재빠르게 손을 움직여 혜림이 누나의 팬티를 덮어버렸다.
혜림이 누나는 놀란 표정으로 뒤늦게 다리를 오므렸지만 이미 내 손이 점령한 다음이라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티내며 손으로 뺄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혜림이 누나는 매서운 눈으로 날 노려볼 뿐이었다. 그렇게 혜림이 누나는 내게 자신이 잔뜩 화가 났다는 것을 어필만 할 수 있었고, 다른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나는 혜림이 누나가 어떤 눈빛을 보내든 짐짓 모른 체 하며 팬티를 덮고 있는 손을 그 자리에 굳혀놓고 있었다.
혜림이 누나가 화가 난 곳은 머리뿐만이 아니었다. 보지에서도 잔뜩 화가 났는지 보짓물을 쏟아내며 날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이렇게 흥분했는지 혜림이 누나의 팬티는 축축하게 젖어 미끈거렸다. 내 손이 허벅지에만 머물러 있을 때는 보지가 오라고 화를 내고 있었고, 막상 내 손이 보지에게 다가가니 이성이 본능을 누르며 화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팬티 위를 가만히 덮고 있던 내 손은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비록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에 눌려 자유롭지 못해 많은 움직임을 가할 수는 없었지만 최선을 다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팬티 속으로 파고들고 싶었지만 그 정도의 여유까지는 없었기에 팬티 위로 보지 구멍을 꾹꾹 누르고 있을 뿐이었다.
감질나는 손맛도 여기서 끝낼 수밖에 없었다. 아군이라고 생각했던 지연이 누나가 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진원이 형이 화장실을 간다며 일어섰고, 그때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내 지연이 누나가 집에 가야겠다며 일어서며 주섬주섬 소지품을 챙기고 있었다. 혹시나 지나가는 눈길에 내 손의 향방을 눈치 챌 수도 있을 것 같아 혜림이 누나의 다리 사이에서 얼른 내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이렇게 간다고 일어서면 잡을 법도 한데 아까부터 가라앉아 있던 지연이 누나의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누구 하나 잡을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이대로 지연이 누나를 보내면 안 될 것 같았다.
“갑자기 왜요? 진원이 형한테라도 말하고 가야죠.”
“나가면서 말할 거야. 그럼 놀다가. 나 먼저 갈게.”
지연이 누나는 휑하니 돌아서 나갔고, 나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 나가볼까 생각을 안 한 것도 아니었지만 괜히 따라 나갔다가 선배들에게 오해를 살 수도 있을 것 같았고, 진원이 형이 지연이 누나를 데려다준다고 나설 것 같아서 괜한 짓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연이 누나가 가고나자 민기 형은 지연이 누나가 앉아있던 자리로 옮겨 앉았다. 지연이 누나의 얼굴이 보여야 할 곳에서 민기 형의 얼굴이 보여서 마음이 상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진구 형의 마음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진구 형의 마음이 침울해졌다는 것이 확연하게 얼굴에 드러나 보였다. 내가 봐도 마음이 안 좋은데 혜림이 누나는 늘 이런 모습을 보며 지금껏 지내왔다니 참으로 안쓰러웠다.
안쓰러운 혜림이 누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주고자 나는 지연이 누나와의 냉전체제를 오늘부로 종결짓겠다는 생각을 단념하고 혜림이 누나와의 동맹체제를 더욱 굳건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다시 혜림이 누나에게 사절단을 보냈다. 혜림이 누나는 아까 내 손이 팬티까지 덮쳤던 것을 잊었는지 사절단에 대한 의례적인 환영의 표시로 다리를 벌려주었다.
혜림이 누나가 방심한 틈을 타 내 손은 단번에 팬티까지 입성했다. 혜림이 누나가 다리를 벌려준 건 적당한 격식을 차린 건 줄 알았지만 그게 진심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손이 팬티를 건드리는 순간 혜림이 누나의 다리는 오므려들었지만 아까처럼 굳건히 걸어 닫은 것이 아니라 내 손이 여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주고 다리를 오므렸던 것이다.
혜림이 누나의 마음을 움직인 게 지연이 누나를 향한 질투심 때문인지 진구 형과의 사랑 없는 만남에 대한 상실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혜림이 누나가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므로 난 철저히 이용당해 주고 싶었다.
내 손은 팬티 위로 보지를 맘껏 주무르고 찌르고 쓰다듬었다. 난 살짝 팬티를 옆으로 밀쳐낸 다음 보지에 직접적으로 자극을 가했다. 손가락에 보짓물을 잔뜩 묻혀 클리토리스를 비롯하여 보지 곳곳에 펴 발랐고, 혜림이 누나는 부드러운 자극에 기분이 좋은지 호흡이 조금 가빠졌다.
보지의 외부만을 자극하던 내 손가락이 혜림이 누나의 보지구멍으로 들어가려고 움직였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손가락이 보지구멍 깊은 곳까지 들어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겨우 손가락 한마디 반 정도 들어갈 수 있었고, 나는 거기서 만족하고 손가락을 움직였다. 미끈거리는 보지구멍 안에서 빙글빙글 돌던 내 손가락은 잔뜩 보짓물만 묻힌 채로 다시 나와 보지 전체를 쓰다듬었다.
소변이고 뭐고 간에 내 자지를 소연이 엉덩이에 비비며 가슴을 만지작거리고 싶었지만, 아직 거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한쪽 구석에서 몇몇이 옹기종기모여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이 보여 차마 그렇게 하질 못했다. 나는 빳빳한 자지가 눈에 띄지 않도록 추스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리 주위뿐만 아니라 거실 곳곳에 동기들이 너부러져 잠에 취해있었다.
나는 동기들을 밟지 않도록 조심스레 움직여 화장실로 갔다. 소변을 보고 다시 소연이 곁으로 가다가 문득 시은이가 떠올랐다. 잘 자고 있나 보려 구석구석에 눈길을 주며 찾았지만 시은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소연이에게 향하던 발길을 옮겨 방으로 향했다. 방문을 살짝 열어 얼굴만 들이밀고 시은이를 찾았지만 방안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충 둘러보아도 시은이의 실루엣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아 방문을 닫고 다른 방으로 발을 옮겼다. 이번에도 방문을 살짝만 열어 얼굴만 집어넣고 시은이를 찾았다. 시은이가 얼굴을 방문 쪽을 향하고 누워 자고 있어서 그나마 쉽게 시은이를 찾을 수 있었다. 시은이는 곤한 표정으로 얕은 숨을 내쉬며 잠에 취해 있었다.
잘 자고 있는 것 같아 방문을 닫고 나오려는데 뭔가 이상해서 다시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은이의 배위에 시은이의 손이 아닌 다른 이의 손이 올려져있었다. 그 손의 주인공이 누군지 궁금해진 나는 방안으로 들어가 시은이의 뒤에 누워있는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현준이었다.
현준이가 잠결에 그랬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러기엔 찝찝한 마음이 들어 방문을 닫고 다시 시은이 곁으로 가서 시은이를 마주보고 누웠다. 오래 누워있을 생각은 없었다. 현준이가 잠결에 그런 건지 일부러 그런 건지만 확인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크게 쌔근거리며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 10분쯤 흘렀을까. 그때까지도 현준이에게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하는 찰나에 현준이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 위에 얹어져 있던 손이 조금씩 위로 가더니 시은이의 가슴에 슬쩍 얹어졌다.
아직까지는 작정하고 만지는 건지 잠결인지 애매했다. 그래서 나도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현준이가 시은이의 가슴의 촉감을 느끼고 있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현준이의 손이 또다시 움직였다. 시은이의 가슴 위를 쓰다듬듯이 올라갔다 내려온 것이다. 이 또한 판단하기 애매했다. 마음속으로는 들끓고 있었지만 괜히 나섰다가 괜한 사람 성추행범으로 만들까봐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때 현준이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며 시은이의 가슴을 움켜쥐는 것이 보였다. 시은이는 범접하기 어렵다고 포기하고 다른 동기들한테 찝쩍대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아직 미련이 남은 건지, 아니면 오기로라도 시은이를 한번 만져보고 싶었던 건지 추잡한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 맞았다. 시은이에게 더러운 손길이 닿도록 내버려둘 수 없어 현준이의 손을 꽉 잡고 꺾어서 치워버렸고, 현준이는 비명을 삼키며 자신의 손을 부여잡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유도를 했기 때문에 악력이 상당히 세서 무방비 상태로는 잡히는 것만으로도 아플 텐데 꺾어버리기까지 했으니 꽤나 아팠을 것이다. 놀라서 몸을 일으켜 날 쳐다보고 있는 현준이에게 조용히 다시 누워 있으라는 손짓을 했고, 현준이는 슬그머니 다시 자리에 누웠다.
나는 시은이를 계속 여기서 재우면 안 될 것 같아 흔들어 깨웠다. 시은이는 신기할 정도로 잠투정 한번 안 부리고 깨우는 대로 일어나서 내가 가자는 대로 따라 나왔다. 이렇게 순한 애는 다신 없을 것 같았다. 어떻게 이런 애가 그토록 도도할 수 있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내 겉옷을 챙겨 시은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시은이는 비몽사몽하며 눈을 감고 서있었고, 나는 시은이에게 내 옷을 걸쳐주고 가만히 바라보았다.
“시은아, 졸려?”
시은이는 잠을 깨려는지 눈을 부비며 대답했다.
“응. 근데 왜 깨운 거야?”
“그럴 일이 있었어. 많이 졸리면 거실에서 잘래?”
“뭐야, 깨울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그럼 조금 걸을까?”
“응.”
시은이와 나는 다정스레 손을 잡고 마을 어귀까지 걸어갔다. 마을 어귀에는 구멍가게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문도 굳게 닫혀있고 불도 꺼져있었다. 우리는 구멍가게 앞의 평상에 앉았다. 별다른 말도 없었는데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보았다. 머쓱해진 나는 시은이에게 씨익 웃어주고 평상에 벌러덩 드러누워 하늘과 마주했다. 서울에서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에는 서울에서 보기 힘든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시은아, 너도 하늘 봐봐. 별 진짜 많다.”
“근데 진짜 나 왜 깨운 거야? 설마 별 보라고 깨운 거야?”
“그런 거라면?”
“죽여 버릴 거야.”
“이런 낭만 없는 대학생 같으니라고…….”
“진짜 죽고 싶구나?”
“네가 너무 예뻐서 깨웠어. 됐어?”
“치, 그렇긴 하지만…… 그럼 가만히 보고 있지, 왜 깨워?”
“데려 나와서 나 혼자 보려고…….”
“뭐야, 네가 내 남자친구야? 다른 애들도 내 예쁜 얼굴을 좀 봐야 나도 커플해볼 거 아냐? 가만 보면 너 때문에 남자들이 나한테 접근을 못 하고 있는 거 같아.”
“나 때문이긴……. 그럼 내가 옆에 없을 때 접근하는 남자 있었어?”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혼자 길거리 돌아다니다보면 전화번호 가르쳐달라는 남자 많아.”
시은이 말대로 일지도 몰랐다. 시은이가 눈에 띄는 미모를 지니고 있었고, 시은이를 모르는 사람들은 시은이가 도도한지 어떤지도 모른 채 시은이의 미모만 보고 접근할 테니 꽤나 많은 남자들이 찝쩍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봤자 시은이 성격에 전화번호를 가르쳐줄리 만무했고, 현실은 지금 이렇게 솔로로 지내고 있지 않은가.
"그럼 걔네 만나면 되잖아. 사실 뻥이었지?"
"뻥 아니거든! 지나가다 본 남자랑 어떻게 사귀니?"
"그럼 나랑 별로 안 친할 때, 그때는 왜 그렇게 학교에서 인기가 없었을까?"
내가 계속 놀리자 시은이는 발끈하며 대답했다.
“학교에서도 있었거든요.”
“정말?”
“그래, 있었어. 두 명이나.”
“저번엔 없다고 그랬었잖아.”
“그건…… 그냥 말하기 싫어서 그런 거였지.”
“우리 시연이 인기 많았구나. 근데 너 혼자 오버하는 건 아니지?”
“응?”
“그냥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한 건데 나 좋아하나 막 이러면서…….”
“아니거든요. 나 좋아한다고 했었거든요.”
“그래? 그럼 만나보지 왜 안 만났어?”
“그땐 별 생각이 없었어.”
“이젠 만나고 싶어 애가 닳는데 내가 막고 있는 거야?”
“알면 됐어.”
“그래도 못 비켜줘. 네 남자친구는 내가 골라줄 거야. 아무한테 너 못 줘.”
시은이는 내 말이 싫지 않은 듯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네 맘대로 하세요.”
우리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동안 어느새 동이 트기 시작했다. 시은이와 나는 다시 펜션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길을 걸었다. 반쯤 갔을 때 시은이는 힘들다며 조금씩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시은이를 어르고 달래서 겨우겨우 걷고 있었는데 결국 시은이는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나 힘들어서 못 가겠어. 다리 아파.”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몰라. 나 힘들어.”
“그럼 쉬었다가자.”
“나 업어줘.”
“어?”
“업어달라고. 힘들어. 업어줘.”
“쉬었다 가.”
“쉬어도 안 돼. 업어줘.”
나는 시은이의 생떼에 못 이겨 한숨을 내쉬며 시은이의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시은이는 아이처럼 좋아하며 얼른 내 등에 업혔고, 나는 천천히 일어나 걸어갔다.
“너 되게 무겁다.”
“응. 알아.”
“한 70킬로 되는 거 같아.”
“80도 넘을 걸?”
“이 정도 얘기하면 자존심 상해서 내려야 하는 거 아냐?”
“내가 너의 얕은 수에 당할 거라 생각했어?”
나는 펜션에 도착하기 전에 시은이를 내리는 것은 포기하고 조금이라도 빨리 내리기 위해 이를 악물고 걸음을 재촉했다. 펜션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도착했어. 어서 내려.”
나는 시은이를 내려주려고 쪼그리고 앉았지만 시은이는 대답도 없었고 내릴 생각도 없어 보였다. 숨을 죽이고 시은이의 동태를 살펴보았다. 일정한 간격으로 얕은 숨을 내뱉는 걸 보니 시은이는 자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힘들어 죽을 뻔 했는데 편안히 자고 있었다니…… 부아가 치밀었다. 또 한편으로는 잘 자고 있는 시은이를 깨워서 데리고 나온 건 나였으니까 내가 뿌린 씨앗을 내가 거두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시은이의 엉덩이를 두들기며 시은이를 깨웠다. 잠에서 깨어난 시은이는 내 등에서 떨어지며 하품을 하였다. 나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휴식을 취했고, 시은이는 그런 날 보더니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너 왜 이렇게 땀 흘렸어? 나 업고 와서 그런 거야?”
“80키로 넘는 걸 업었더니 힘드네.”
“그렇게 힘들었음 말을 하지.”
“알아서 내릴 줄 알았지. 내리기는커녕 자고 있을 줄이야…….”
“미안. 네 등이 너무 포근해서 잠들었나봐. 얼른 들어가서 샤워라도 해.”
“너! 다신 안 업어줘!”
시은이는 내게 있는 대로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 팔을 붙들고 엉겨 붙었다. 나는 시은이의 허리에 팔을 두르며 감싸 안았다. 순간 시은이는 짧은 비명을 질렀고,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번쩍 들어 올렸다가 놓아주었다.
“이렇게 무거운 걸 여기까지 업고 왔다니…….”
시은이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다가 이내 정신이 들어 내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
“너…… 이씨…… 죽을래?”
나는 시은이를 뒤로 하고 걸어가며 말했다.
“나 샤워할 거야. 넌 소연이 옆에 가서 자. 딴 데서 자지 말고.”
“알았어.”
시은이는 대답과 함께 날 졸래졸래 따라 펜션으로 들어왔다. 시은이는 내 말대로 소연이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웠고, 나는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하며 생각해보니 나란 놈이 너무나도 웃긴 놈인 것 같았다. 비록 소연이는 다른 동기들의 눈이 있어 안심할 수 있는 밝은 거실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여자친구인 소연이를 내버려두고 시은이를 챙겨 나갔다가 온 게 말이 안 되는 행동이었던 것 같았다. 시은이를 친구로서 끔찍이 생각하는 나 자신이 정말 멋지긴 하지만 소연이를 위해서라도 자제할 필요성을 느꼈다.
* * *
동기엠티는 소연이와의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참으로 알찬 시간이었다. 그러나 즐거웠던 동기엠티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연이 누나와의 화해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지연이 누나는 내가 그렇게 가버린 것에 대해 단단히 화가 났는지 전화도 받지 않았고, 문자를 보내도 무시했었다.
나는 혜림이 누나의 도움으로 지연이 누나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오늘 수업을 듣고 진원이 형과 영화를 보러 갔다 와서 선배들이랑 술을 마시기로 했다는 것이다. 나는 혜림이 누나에게 그 자리에 가겠다고 통보를 했고 혜림이 누나도 다른 선배들한테 얘기를 하겠다고 했다.
다른 선배들도 이젠 나를 꺼려하지 않았다. 내가 소연이와 사귄다는 사실을 알고 난 다음에는 오히려 선배들이 술 마시러 오라고 할 정도였지만 내가 꺼려져서 피했었다. 뿐만 아니라 소연이와 지연이 누나를 번갈아가며 만나느라 바빠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지연이 누나를 달래주기 위해 그 자리에 꼭 나가야만 할 것 같았다.
내가 선배들이 술을 마시고 있는 자리에 갔을 때는 이미 모두가 모여 있었다. 한쪽 의자에는 지연이 누나, 진원이 형, 진구 형이 차례로 앉아있었고, 다른 한쪽 의자에는 유리 누나, 민기 형, 혜림이 누나가 차례로 앉아있었다. 선배들이 앉아있는 의자에는 앉을 틈이 없어 의자를 하나 끌어다가 앉아야 했다. 지연이 누나와 유리 누나가 앉아 있는 쪽은 벽이라서 갈 수 없었고 혜림이 누나와 진구 형이 앉아 있는 쪽 모서리에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
오랜만에 보는 유리 누나는 정말 반가운 듯 나를 맞아주었다. 나는 그에 보답하여 능청스럽게 유리 누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누나 더 예뻐진 거 같아요. 연예계 데뷔 준비하세요? 왜 이렇게 예뻐져요?”
유리 누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민기 형에게 눈짓을 보냈고, 민기 형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너무 띄워주지 마. 얘 진짠 줄 알아.”
“제가 좀 과했죠?”
“그래. 적당히 했어야지.”
민기 형은 호탕하게 웃었고, 유리 누나는 샐쭉거리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다른 선배들과도 가벼운 농담을 곁들여 인사를 나누었다. 진원이 형과도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지만 그때까지도 지연이 누나는 내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오히려 보란 듯이 진원이 형 옆에 찰싹 달라붙어 내 신경을 긁고 있었다. 일단 나도 적당한 기회가 올 때까지는 지연이 누나는 내버려두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아무런 내색 없이 다른 선배들과 담소를 나누며 술을 마셨다.
지연이 누나와 단둘이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엿보고 있었지만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오늘따라 지연이 누나는 화장실도 한번 안 가고 계속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렇게 기회만 기다리며 계속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내가 실수로 혜림이 누나의 발을 툭 찼다. 나는 내가 찬 부위를 털어주려고 고개를 숙였다. 혜림이 누나는 짧은 청치마를 입고 있었고, 나는 혜림이 누나의 종아리 부위를 툭툭 털어주었다. 한창 진원이 형의 얘기를 듣고 있던 혜림이 누나는 날 스윽 보더니 다시 진원이 형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문득 장난이나 쳐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손을 뻗어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에 슬쩍 올려놓았다. 혜림이 누나가 이번에는 날 쳐다보지도 않고 진원이 형의 얘기에 집중하는 척 하고 있었다. 나는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를 내 쪽으로 잡아당겼는데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는 힘없이 따라왔다. 나는 슬쩍 의자를 옮기며 혜림이 누나 쪽으로 붙어 앉으며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 안쪽을 어루만졌다.
조금 더 깊은 곳까지 만지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자세가 너무 어정쩡해져서 내가 하고 있는 짓이 그대로 걸릴 것만 같았다. 혜림이 누나도 내가 여기서는 더 이상 어쩌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날 그냥 내버려두는 것 같았다.
나는 순간 미끄러지며 넘어지는 척을 했다. 민기 형이 자리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내가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를 만지는 것은 민기 형이 고개만 돌려 내려다보면 바로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계속 민기 형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넘어지는 척을 하며 위기를 모면하려 했고, 다행히도 민기 형은 내가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를 만지고 있다는 것을 보지 못했고 전혀 눈치 채지도 못했다.
민기 형은 자리에서 나와 화장실로 향했고, 나는 혜림이 누나에게 옆으로 당겨 앉으라고 눈짓을 보냈다. 혜림이 누나는 잠시 망설이고 있었지만 내가 손으로 허벅지를 밀자 못이기는 척 밀려나 옆으로 갔다. 나는 얼른 혜림이 누나의 옆에 자리 잡고 앉았지만 혜림이 누나를 건드리지는 않았다.
시간은 충분했기 때문에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민기 형이 돌아온 다음 시작해도 늦지 않은 것이다. 곧 화장실을 다녀온 민기 형은 내가 앉아있던 자리에 앉아 대화에 참여했다. 근데 내가 혜림이 누나를 만진다면 유리 누나뿐만 아니라 민기 형도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사람을 동시에 신경 쓰며 만지기는 힘들 것 같아 한 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몸을 살짝 돌려 민기 형으로부터 내 손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도록 막아두었다.
나는 완벽하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를 끝낸 다음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에 손을 얹었다. 아까처럼 내 손은 허벅지 안쪽 살을 어루만졌고 혜림이 누나도 이 정도는 괜찮은지 표정변화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부드러운 살결을 안주삼아 술을 마시니 술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허벅지를 어루만지던 내 손이 서서히 혜림이 누나의 다리 사이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혜림이 누나의 표정이 살짝 굳어지며 내 손목을 붙잡았다. 혜림이 누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내게 더 이상 만지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고, 나도 혜림이 누나의 뜻을 받들어 손을 되돌려 허벅지만 어루만질 뿐 진전시키지 않았다.
나는 혜림이 누나를 놀려주고 싶어 장난을 쳤다. 내 손이 슬쩍슬쩍 허벅지를 타고 올라가는 시늉을 할 때마다 혜림이 누나는 움찔하며 살짝살짝 다리를 오므렸다 폈다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기회가 왔다. 지연이 누나는 내 여자친구가 아니랄까봐 역시나 내 편이었던 것이다. 지연이 누나가 핸드폰을 떨어트렸고, 모두의 시선이 지연이 누나에게로 쏠렸다. 혜림이 누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 틈을 타 재빠르게 손을 움직여 혜림이 누나의 팬티를 덮어버렸다.
혜림이 누나는 놀란 표정으로 뒤늦게 다리를 오므렸지만 이미 내 손이 점령한 다음이라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티내며 손으로 뺄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혜림이 누나는 매서운 눈으로 날 노려볼 뿐이었다. 그렇게 혜림이 누나는 내게 자신이 잔뜩 화가 났다는 것을 어필만 할 수 있었고, 다른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나는 혜림이 누나가 어떤 눈빛을 보내든 짐짓 모른 체 하며 팬티를 덮고 있는 손을 그 자리에 굳혀놓고 있었다.
혜림이 누나가 화가 난 곳은 머리뿐만이 아니었다. 보지에서도 잔뜩 화가 났는지 보짓물을 쏟아내며 날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이렇게 흥분했는지 혜림이 누나의 팬티는 축축하게 젖어 미끈거렸다. 내 손이 허벅지에만 머물러 있을 때는 보지가 오라고 화를 내고 있었고, 막상 내 손이 보지에게 다가가니 이성이 본능을 누르며 화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팬티 위를 가만히 덮고 있던 내 손은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비록 혜림이 누나의 허벅지에 눌려 자유롭지 못해 많은 움직임을 가할 수는 없었지만 최선을 다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팬티 속으로 파고들고 싶었지만 그 정도의 여유까지는 없었기에 팬티 위로 보지 구멍을 꾹꾹 누르고 있을 뿐이었다.
감질나는 손맛도 여기서 끝낼 수밖에 없었다. 아군이라고 생각했던 지연이 누나가 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진원이 형이 화장실을 간다며 일어섰고, 그때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내 지연이 누나가 집에 가야겠다며 일어서며 주섬주섬 소지품을 챙기고 있었다. 혹시나 지나가는 눈길에 내 손의 향방을 눈치 챌 수도 있을 것 같아 혜림이 누나의 다리 사이에서 얼른 내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이렇게 간다고 일어서면 잡을 법도 한데 아까부터 가라앉아 있던 지연이 누나의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누구 하나 잡을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이대로 지연이 누나를 보내면 안 될 것 같았다.
“갑자기 왜요? 진원이 형한테라도 말하고 가야죠.”
“나가면서 말할 거야. 그럼 놀다가. 나 먼저 갈게.”
지연이 누나는 휑하니 돌아서 나갔고, 나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 나가볼까 생각을 안 한 것도 아니었지만 괜히 따라 나갔다가 선배들에게 오해를 살 수도 있을 것 같았고, 진원이 형이 지연이 누나를 데려다준다고 나설 것 같아서 괜한 짓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연이 누나가 가고나자 민기 형은 지연이 누나가 앉아있던 자리로 옮겨 앉았다. 지연이 누나의 얼굴이 보여야 할 곳에서 민기 형의 얼굴이 보여서 마음이 상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진구 형의 마음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진구 형의 마음이 침울해졌다는 것이 확연하게 얼굴에 드러나 보였다. 내가 봐도 마음이 안 좋은데 혜림이 누나는 늘 이런 모습을 보며 지금껏 지내왔다니 참으로 안쓰러웠다.
안쓰러운 혜림이 누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주고자 나는 지연이 누나와의 냉전체제를 오늘부로 종결짓겠다는 생각을 단념하고 혜림이 누나와의 동맹체제를 더욱 굳건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다시 혜림이 누나에게 사절단을 보냈다. 혜림이 누나는 아까 내 손이 팬티까지 덮쳤던 것을 잊었는지 사절단에 대한 의례적인 환영의 표시로 다리를 벌려주었다.
혜림이 누나가 방심한 틈을 타 내 손은 단번에 팬티까지 입성했다. 혜림이 누나가 다리를 벌려준 건 적당한 격식을 차린 건 줄 알았지만 그게 진심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손이 팬티를 건드리는 순간 혜림이 누나의 다리는 오므려들었지만 아까처럼 굳건히 걸어 닫은 것이 아니라 내 손이 여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주고 다리를 오므렸던 것이다.
혜림이 누나의 마음을 움직인 게 지연이 누나를 향한 질투심 때문인지 진구 형과의 사랑 없는 만남에 대한 상실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혜림이 누나가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므로 난 철저히 이용당해 주고 싶었다.
내 손은 팬티 위로 보지를 맘껏 주무르고 찌르고 쓰다듬었다. 난 살짝 팬티를 옆으로 밀쳐낸 다음 보지에 직접적으로 자극을 가했다. 손가락에 보짓물을 잔뜩 묻혀 클리토리스를 비롯하여 보지 곳곳에 펴 발랐고, 혜림이 누나는 부드러운 자극에 기분이 좋은지 호흡이 조금 가빠졌다.
보지의 외부만을 자극하던 내 손가락이 혜림이 누나의 보지구멍으로 들어가려고 움직였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손가락이 보지구멍 깊은 곳까지 들어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겨우 손가락 한마디 반 정도 들어갈 수 있었고, 나는 거기서 만족하고 손가락을 움직였다. 미끈거리는 보지구멍 안에서 빙글빙글 돌던 내 손가락은 잔뜩 보짓물만 묻힌 채로 다시 나와 보지 전체를 쓰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