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분수(噴水) - 단편
오래된 분수(噴水)
오래된 분수(噴水)-오래된 분수(噴水)-
‘여기 있던 거, 당신 봤어?’
‘뭐?’
‘비디오 테이프’
‘항상 있던 자리에 있지, 그게 발이 달리기라도 했남?’
그건 그랬다. 장 안의 깊숙이 언제나 놓아두던 자리에 있어야 할 비디오 테이프의 실종…..난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줄 알고, 이리저리 뒤지면서 찾아도, 없기는 매한가지였지만, 그 곳에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치솟는 것을 어쩌지는 못했다.
‘꼭 저러지? 챙겨서 정리할 것도 아니면서, 내내 어지르기만 허고….’
아내가 다시 나를 나무란다. 오랜만에 예전에 보관해 두었던 비디오 테이프나 꺼내, 옛 향수에 젖어 보려고 했던 나의 휴일 오후는, 그렇게 보물찾기처럼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제 그만 보실 때도 안 됐나? 아쟈씨!’
난 보이질 않는 비디오 테이프로 인해 화가 머리끝까지 뻗쳐 뚜껑이 팍 열려가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 간 거야?’
‘고만 쫌 허지?’
난 아내의 나무람에 찾는 것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별것도 아닌 비디오 테이프라고 할지는 몰라도, 나에게는 추억이 서린 것들인데…..VTR이란 것이 내수시장을 겨냥해서 생산되어 출시된 이후로 한 집 건너, 하나씩 뿌리를 내리던 비디오 대여점들…..이제는 비디오 테이프에서 DVD로의 전환을 맞이 하여, 사람들도, VTR을 사야 할지, 아니면, DVD로 매체의 전환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걸 쉽사리 볼 수 있다. 나도 그 중에 한 사람 이지만…..아직까지 보유하고 있는, 이제는 시기가 지나버린 애들 만화영화며, 때때로 녹화라는 기능에 매료되어 남겼던 영상들을, DVD로 굽기 전에는 버리지 못하는 것들이 태반이었고, 남들에게 말을 할 순 없어도, 장롱 안에, 혹은 내 서랍의 한 모퉁이에 죽은 시체처럼 버티고 있는 포르노 테이프의 조각들은 하나같이 나에게 그 예전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소재였다. 지금은 정품이 자리를 완전히 틀어 잡았지만, 예전의 비디오 대여점들이 정부에서 규제할 수 있는 체제가 미약하던 시절, 오히려 지금보다 볼거리가 충분했다. 이른바, 삐품을 취급하던 것이 그랬다. A급이 아니라서 B품이라고 했는지, 아니면, 정품이 아닌 관계로 비품이라고 불렀는지는 몰라도, 그 당시, 비디오 가게에 가면, 주인과의 안면식을 트고, 얼마 있질 않아서 느글대는 웃음으로 고객들은 항상 그 놈의 삐품을 찾았다. 언제나 무슨 라면 박스 같은 곳에 담기어져, 라벨들은 모두 손으로 쓴 듯한 비디오들……. 불법이고, 조악한 해석 실력에, 해괴한 폰트의 캡션 이었을 망정, 정품으로는 모두 자르고 봐야 했을 오지지날 내용을 가감 없이 볼 수 있었던 그 때가, 나는 지금보다 더 좋았던 시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주인과 쪼끔만 더 가까워 졌다 싶으면, 언제나 둘 사이에 음흉하게 흘러가던 눈짓과 신호들….
‘새로 들어온 거 있져?’
‘아주 죽여……아주 떼사리로 덤비는데, 캬……둘이 보다가 셋이 죽어도 모자랄 그 액숑!’
항상 둘이 보는데 어째서 셋이 뒤지느냐고 물어보면, 한 놈은 숨어서 몰래 보다가 뒤진다나? 암튼 그 당시에는 정품보다 어느 곳이 삐품을 많이 취급하느냐가 관심의 대상 이었었다.
‘도대체 어딜 간 거야?’
난 아무리 대가리를 굴려 봐도, 누굴 빌려 주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스스로 심기일전해서 버렸을 리도 만무한 그 놈의 구닥다리 포르노 테이프 때문에, 곡기도 관심이 멀어질 판 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부자간에 쌍으로 잘들 놀아요.’
아내가 침대 위에 내 던진 것은 내가 그렇게도 찾아 헤매던 포르노 테이프였다.
‘월래? 이걸 어디서 찾았대?’
‘어디긴 어디겠수? 큰놈 책상 서랍 안에서 찾았지.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깐! 그 핏줄이 어딜 가나? 애비나 자식이나 간에, 밝히기는 뭣같이…..’
고등학생인 큰 놈이 장롱 속을 뒤져서 기어이 찾아낸 그 포르노를 슬며시 삥땅친 채로, 진저리 치도록 돌려 본 모양 이었다. 비디오에 넣고 돌려 보니, 여기저기 찌직대며, 테이프를 씹어놓은 곳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난 테이프를 잃어 버린 것 보담도 더 속이 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가리가 커질 대로 커버린 아들 놈을 붙들고, 잘했네, 못했네 하기도 영 찝찝하기는 마찬가지 였다. 본인도 학생 시절, 친구 집에 벌떼처럼 몰려 가서는, 그 집 안방 장롱 속에 고이고이 꼬불쳐 있던 섹스 책과 8밀리 빠구리 필름들을 눈깔이 꿰져라 돌려보던 경험 때문이기도 했다. 그걸 몰래 빼냈다는 사실을 문제 삼자니, 어째서 그런 물건을 놔두었냐고 다그치면, 할 말을 잃을 테고, 그런 건 봐선 안 된다고 몰아 붙이면, 부모가 되 가지고 설랑, 그런 거 봐도 되느냐고 물으면 할말이 없을 것 같았다. 사실, 아이들은 예전 보다 조숙하다. 이미 그 포르노의 내용을 상회하는 음란물을 접했을 것은 뻔한 것이고,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독서실 갑네 하면서, 여친, 혹은 원조미시들의 손길에 이끌려 한 따까리 뛰고 다니는지, 정작 알 길은 없었기에…그래도 우리 자식이 눈탱이 질은 할 망정, 밖에서 좇질 이야 하겠냐 하는 선입견으로 바라볼 따름이다. 그럴 바에야, 이렇게 포르노나 줄창 때리면서 아쉬움을 달랜다고 한다면, 그게 오히려 사회질서 유지 및 도덕숭상 차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내는 그러려니 하면서 가만히 있자고 했지만, 그래도 이번 기회에 한번 짚고는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에, 학원에서 늦게 사 들어 온 아들 내미의 방으로 들어갔다.
‘더운데 힘들지?’
‘다들 하는 데여, 뭐…..’
‘툭!’
내가 뒷짐 지고 손에 들고 있던 그 문제의 포르노 테이프 중에 하나를 침대 위로 던졌다.
‘아셨어여?’
이런 뻔뻔 니주구리 같은 자슥! 아무리 내 핏줄 이라고 해도 그렇지…..놀라는 척도 안하남?
‘그래, 학생 신분으로 이런 거 봐도 되냐 말이야!. 그것도 안방 뒤져서리…..’
‘뒤지긴요? 두 분 나가셨을 때, 안방 VTR에 꽂혀 있두만요. 저야 문화영화 감상 목적으로,나중에 시간 나면 볼까허고 치워 놓은 잘못밖에……쫌 보긴 했지만서도….그리구, 사실 막말로 그렇게 구린 포르노, 이젠 돈 주고 보라고 해도 안 봐여, 내 참…..’
‘아니, 구리긴 왜 구려?’
‘아부지, 요즈음, 인터넷 잘 모르시져? @@박스 뒤져 보면, 돈 안내도, 벼라 별 게 다 있어여. 제가 남들처럼 혼 빼고 다니질 않아서 그렇지, 제 친구 중에는 지 아부지랑 꿍짝짝이 맞아 설랑은, 아부지가 야한 유료사이트 월정 액 내고, 아들이 틈틈이 따운 받아서, 아부지 에게 디스크로 엑기스만 골라서 구워서리 공급하고…..참 말도 아니라니 깐여? 아세요? 요즘 실정을?’
‘엥?’
이기 무신 귀신 씨나락 빠수는 소리? 난 당당한 아들내미의 얼굴에서 세월의 격차를 느꼈다. 우리네 세대에서 만일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면, 부모로부터 무슨 정신 나간 변태에, 또라이 취급을 받으며, 죽여 줍셔 하면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야 했을 것과 달리, 요즈음 것들은 섹스라는 화두에 있어서 무척이나 자유롭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듯이 보여 주고 있었다.
‘우리 반에여, 키스 해본 애들은 셀 수도 없구여, 경험 있는 애들도 반 정도는 되여. 개 중에는 미시족들 꿰차고, 알바로 아예 나선 애들도 부지기수 라구여. 내 참, 뭘 모르셔도 그렇지…’
아들 녀석과 내가 동시에 혀를 찼다. 닝기리……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아부지 인가 보다.
‘너도 그 짓하고 돌아 댕기냐?’
‘그럴 새가 어디 있어여? 대학 시험이 코 앞인데…..대학 들어가야 그래도 맘 놓고 즐기져’
‘아니, 뭘 맘 놓고 즐겨?’
‘참, 뭘 모르신 다니깐? 요즈음, 대학 들어가서까지 국보급 문화재처럼 남아있는 것들 없다니깐여! 순결이니, 정조니 하는 거이, 이제 자랑, 아니거든여? 대딩들 시험 기간에 도서실 보다 모텔이 더 붐빈다는 거 알고나 계세여?’
난 고딩 주제에 대딩의 생활까지 환히 꿰차고 있는, 아들내미의 정보력에 감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공부하려면 도서실에 있어야쥐, 뭔 놈의 모텔?’
‘캬, 정말 모르시네. 요즈음 모텔이 모텔인줄 아세요? 초고속 인터넷에, 월풀 욕조는 기본이고, 시간제 요금에다…’
‘아니, 시간제 요금은 뭐냐? 그거 택시냐?’
‘예전에 있던 고리골짝 모텔이나 여인숙이 아니라고 몇 번을 말씀드려여? 예전에야 물주전자에 컵, 아리랑 성냥갑, 누런 재활용 두루말이 휴지, 빵꾸난 물수건….그런 게 대부분 이었지만, 요즘 모텔은 다르다구여. 첨단 엔터테인먼트 룸이라구여. 어떤 곳은 PS2나 X-BOX같은 게임기가 있는 곳도 있대여. 여친 더러, 지 배 위에서 열나 개구리 뜀 시키면셔, 조이스틱 돌리는 대딩들 많다고 그러던데……’
‘아니, 빠구리면 빠구리고, 게임이면 게임이지…..근데 시간제요금은 뭐래?’
‘예전 주인들이야, 긴 밤이냐, 아님, 뵀맛? 이게 메뉴의 전부 였거덩여? 요즘은 달라여. 어떤 곳은 30분 단위로, 어떤 곳은 1시간 단위로 요금을 계산해 주거덩여. 어차피 날밤 깔 거 아닌데, 죽발 때리면서 방에 틀어 박혀서 뭐 하겠어여?’
‘빠구리도 시간 모지라 버거운 판에 왠 딴 짓?’
‘요즈음 대딩들은 학교 내에서 CC로 소문나면 예전이랑 아주 다르게 본대여. 너그들은 사귀는 거이 아니라, 씹빠빠 하려고 붙어댕기넹 그러면서 색안경 끼고 본다 잖아여? 그래서 상호간에 앞날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몰래 데이트 하기에 모텔이 최적의 장소로 낙찰되었다, 이거져. 여자고, 남자고 간에, 지들 물건에 길 났다고, 짬상 되는 것들, 이젠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여.’
난 아들과의 대화 속에서 점점 수준이 떨어져 가는 내 자신을 느끼고 있었다. 이 대갈빡에서 더 내려가면 동체 워디로 갈려나?
‘그럼 너도 대학가면 모텔에서 숙제 헐거냐?’
‘저만 혼자 가고 싶다고 되나여?’
‘그건 그래.’
‘근데, 아직도 저런 구린 비디오 보세여?’
난 한마디도 못하고 아들내미 방을 나왔다. 말하는 폼새로 봐서 아직 믿을 만 하긴 했지만, 얼마 있질 않아서 대학물을 먹고 나면, 내 자식 이라고, 리포트 써달라고 조르는 년 없으란 법 없고, 꼬드겨 젊은 놈 잡아먹을, 미시년들 따라붙지 마란 법도 없었다. 난 안방으로 돌아와, 완전 좇된 심정으로 담배를 꼬나 물었다.
‘허이구, 죽일 듯이 달려 가시드니만 어쩐 일이우? 폼을 보아하니 완전 깨갱 이시구만! 그럼 그렇지, 지 똥이 열나 구린데, 말이 길면 자기나 깨지지, 별 수 있겠수?’
‘어허, 그런 게 아니라니깐!’
난 아내에게 큰 놈이 해준 얘기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들려 주었다. 아내는 말 끝마다 어머, 어머, 걔가 제 정신 이우? 하면서 언성을 오르락 내리락 했지만, 뭐라고 다구칠 수는 없다는 것에, 나나 아내나 동감하고 있었다. 그래도 자기 스스로 대학을 가야겠다는 목표의식을 잃지 않고 나아가고 있는 이 마당에, 그 이름 하야 구린 포르노 테이프 하나 봤기로, 죄인 몰아 세우듯이 할 수는 없는 노릇 이었다. 난 아내와 자리를 펴고 누워서 앞으로 어떻게 성적인 문제를 단도리질 시켜야 하겠는가 에 대해서 여러모로 의논 했지만, 쉽사리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 외국처럼 자식의 가방 속에 콘돔을 사서 넣어 준다는 것도 그렇고, 남의 여식, 혼사길 망치지 않게시리, 보지 째져놓지 말고, 설설 박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이었다. 바깥 세상의 섹스 요지경이 아이들의 사고를 완전히 변질 시키고 있기에, 품 안의 자식만 다스린다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였다. 모두가 기성 세대의 유산이자. 그들이 만들어 놓은 쾌락추구의 밑바탕을 보고 자라나는 애들 이었기에, 그 정해진 수순에 누구보다 신속하게 안착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에이즈 걸리지 않게 장화나 잊지 말고 신으라고 해야지 뭐.’
‘으이그, 애비 라고 하는 인간이 째진 입이라고 하는 말은…..그럼 그 얘기는 니가 둘러대며 놀 거 뻔히 알고 있으니, 몸 간수나 잘하라는 말 밖에 더 되우? 뭐 훈계쪼로, 상식 선으로 생각하고, 도덕률 어쩌구 하는 얘기를 늘어 놔도 시원찮을 판에, 어쩌고 저째?’
‘그럼 당신은 뭐 뾰족한 수 있는 줄 알어? 아닌 막말로 당신, 아들내미가 딸딸이 치기 시작한 게 언제 부턴지?’
‘글쎄, 그게 언제였대?’
‘생각 않나? 중학교 2학년 중간고사 땐가, 한 밤에 둘이서 너무 출출 하다구, 물 국수나 해먹자고 일어났던 날?’
‘에이, 그렇게 일찍은 아니다. 그 날, 별일 없었잖수! 당신이 국수 삶아서 중간고사 보느라 수고 한다며, 국수 들고, 방에 갖다 줬잖어?’
‘시험 공부? 닝기리! 내가 획 하고 방문 열고 들어가니, 후다닥 뭘 감추는데 보니깐, 영락없는 섹스책 같더라구, 그래서 내가 어쩐 일이냐고 물으니까,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향해 돌아서서 양 손으로 얼굴을 부비더라구. 난 맨 처음에 졸려서 그런 줄 알았지.’
‘근데?’
‘얼굴을 양손으로 번질거리게 부비면서 그러더라니깐, 요즈음 로션은 밤에 발라야 흡수가 잘 된다나? 내, 알면서도 그러려니 했지. 나도 그 나이 때에는 숨어서 딸딸이 치는 게 유일한 낙 이었거덩!’
‘아니, 중학생이 무신 로션? 당신, 니베아 얘기하는 거유?’
‘그걸 아직도 모르겠냐? 열나 좇물 뽑다가, 내가 예고도 없이 뛰어 들어가니, 냉큼 바지 치키고, 손에 흘린 좇물은 얼결에 얼굴에 처 바르면서, 그 짓거리 한 걸, 꼭 풀어서 설명해 줘야 아남?’
아내는 진정 몰랐다는 얼굴 이었다. 사실 얼굴에 수염이 나기 시작하면서, 아내는 큰 놈이 엄마 하면서 안겨올 때는, 은근히 징그러운 느낌이 들기도 했단다. 사실, 딸딸이를 칠 때는, 사정의 여운을 끝끝내 즐길 심산에, 좇물이 손을 타고 질질 흐르도록 놔 둔 채로, 발기 되었던 좇대의 뻐근함이 사라질 때까지, 용두질을 해야 제 맛이었기에, 주위 사방이 안전하다고 섣부른 판단을 하는 경우, 항상 급하게 마무리 할 작정으로 휴지를 꺼내, 다른 한 손에 준비하는 조급함을 잊어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 날, 우리들이 잠에 빠진 줄 알고, 간도 크게시리, 섹스책을 떡 하니 펴 놓고, 휴지를 꺼내 좇대를 감싸는 것도 잊은 채, 열심히 작업을 하다가니, 마침 밖에서 들리는 기척에 놀라, 바지만 치켰을 따름이고, 손에 흥건히 남은 좇물의 처리에 오만상 대가리를 굴렸을, 아들놈의 당황스러움을 내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그 당시에는 개인적인 프라이버시고 뭐고, 인정되지도 못할 나이였고, 언제나 부모는 자식의 방을 무조건 열고 들어가도, 흠이 되질 않는 나이였지만, 요즈음은 당당히 문을 걸어 잠그고, 밖에서 두드려도, 저 지금 바빠여! 하면서 출입불가를 뻔뻔스럽게 외친다. 바쁜 일도 없고, 안에서 뭐 하는지, 밖에서는 환히 다 알고 있는대도 말이다.
‘그럼 그 비디오….., 큰 애는 봤대?’
‘보긴 한 거 같은데, 신기해서 본거지, 그렇게 구린 버전은 이제 손도 안 댄다고 허대. 다시 장롱 속으로 원위치 시키려고, 몇 번 눈치 보다가, 지 눔도 잊어 먹었드랬는가 봐.’
‘어련하시겄수?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야….중요한 건 꼭 까 쳐먹지!’
‘잘 보라 말이지, 아니, 이 비디오가 구리긴 왜 구려? 섹쉬 하기만 한데…..쩝…..’
난 지 버릇 개 못 준다는 아내의 툴툴거림을 들으면서도, 기어이 자리에 누워, 그 포르노 테이프를 튼다. 이제는 어느 장면에서 틀어도 거지반 다 외울 정도가 되어버린 그 테이프. 캠도 좋아지고, 디카에 핸폰까지 동영상이 담기는 요즈음, 사실 큰놈 말대로 저런 구닥다리 구린 비디오를 찾아 보는 사람은 아마도 드물 것이지만 말이다.
‘난 말이지, 저 희미한 형광등 불빛을 보면 완죤히 뿅 간단 말이야.’
‘시체 낯빛처럼 시푸르등등 해지는, 그게 뭐 좋다구?’
‘아니야. 저 화면을 보면 흑백필름의 클래식 무비를 보는 거 같거덩…..뭐가 구려? 좋기만 하구만.’
하도 돌려 봐서 익숙한 방안의 풍경, 침대 같은 것도 없이, 달랑 담요만 깔려 있는 그 허름한 실내가 나에게는 너무도 익숙했다. 화면의 오른쪽 구석에 찍혀있는 날짜와 시간…..오래되긴 쫌 됐다. 카메라를 덜그럭대는 소음과 화면 안에서 징한 섹스에 빠진 인물들에게 작은 소리로 무언가를 지시하는 속삭임마저, 놓치지 않고 들려주는 그 현장감으로 말미암아, 나는 그 비디오를 보면서 흡사 그 옆에 붙어 앉아 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약간은 침침한 형광등의 불빛 아래, 남자들과 여자 한 명이 돌아서서 옷을 벗기 시작하고, 화면에 불쑥 손이 내밀어 지고, 그 손에는 검은 비닐 봉지가 들려 있다. 등을 대고 돌아서 있는 남자중의 하나가 그 봉지를 건네 받아 하나씩 주위의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그들은 서로 아는 듯이, KKK단의 두건처럼 정면에 구멍을 뚫어 뒤집어 쓰고,
‘나 항상 궁금한 게 있었거덩?’
‘뭔데?’
아내가 옆에 누워 그 포르노를 힐끔대며, 질문했다.
‘어떤 사람은 그냥 구멍만 뚫었는데, 왜 저 사람은 눈 쪽의 구멍을 다른 사람보다 크게 뚫었대?’
‘척 보면 모르냐? 저 사람은 안경을 쓰니까 그렇지? 안경 쓰고, 봉지까지 뒤집어 쓴 채로 헉헉대 봐라 말이야. 곧장 안경에 서리까지 껴서리, 좇이고, 씹이고 간에 구분이 가겠나 말이야!’
대충 봉지로 얼굴을 여민 사람들은 구멍을 네 개씩 뚫어 놓았다. 두 개는 눈까리, 하나는 코구녕, 하나는 아가리……그건 여자도 마찬가지 였다. 입에도 좇대를 박아 넣어야 하니 그렇기도 했을 것이다. 카메라를 들고 있어 보이질 않는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여자를 먼저 담요에 곱게 누이고, 세 명의 남자는 봉지의 구멍 사이로 혀를 쏙 내밀어, 누워 있는 여자의 전신을 혀로 탐색해 들어간다.
‘캬! 난 저 장면 졸나 맘에 들어. 여자 가슴이며, 허리가 들들 떨리는 거 보이지? 털은 또 왜 저렇게 부숭부숭 하늘로 치켜져 있다지? 디리 뽑아봐도 한 줌은 넘겠네……’
남자들은 여자의 둔덕 쪽으로 전부 손을 뻗어, 입으로는 애무를 하면서도, 질척이는 보지 골을 여지없이 쓸어대고 있었다. 서서히 벌어져 가는 여자의 두 다리….천천히 두 무릎을 세워, 남자들의 손가락이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도록 벌려주는 여자의 대담성…..남자들의 입에서는 무슨 소리를 계속해서 해대고 있었지만, 봉지 안에서 떨려 나오는 음성은, 붕붕대는 벌의 날갯짓처럼 소음으로만 전해지고 있다.
‘저거 좀 봐라 말이야. 남자들 손가락이랑, 여자 보지골 사이로 저 번들거리는 씹물…..죽이잖아?’
‘으이그, 저렇게 남자들이 떼사리로 들러 붙었는데, 누군들 흥분 안 할까?’
‘저렇게 남자들로 하여금 멍석을 깔게 해 줬으니, 그 심정이야 끝내주는 상종가 아니겠니? 그리고, 저 날짜 좀 봐라 말이야. 지금이야 지천으로 널린 게 저런 몰카 에다, 셀카지만, 그 당시 저 사람들, 이른바, 선구자 아니겠니?’
‘선구자 좋아하시네! 어디다 그 좋은 단어를 숙직을 시키시남? 선구자가 아니라, 성구자네, 아쟈씨!’
‘성구자(性求者)는 또 뭐래?’
‘성을 갈구 하는 자, 쉽게 야그허면, 섹스에 눈까리가 획 돌아버린 아새끼들…뭐 그런 뜻이지, 뭐겠수?’
‘갖다 붙이기는!’
성구자 건, 불구자 건 간에, 화면 속의 인물들은 시대를 앞서가는, 개척정신이 투철한 인물들이라고 난 항상 주장해 왔다. 얼굴들이 모두 봉지에 가려져있고,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으며, 조명마저 침침한 형광등 불빛 아래, 눈에 뛸만한 가구나 장식도 없으니, 비디오를 보는 사람들은 화면 속의 인물들이 누가 누군지 구분이 가지 않을 건 뻔했다. 요즈음처럼 누가 알아볼세라(알아 보기는 개뿔! 쌍판 다 나오게 하고, 디카 찍어대도 입 뻥끗 하는 인간은 없드만….) 여자들의 장신구, 주변 가구, 거기에 더해서 여자들의 아랫배 튼살까지 지우고 내놓는 것에 비해서, 역시나 선견지명이 뛰어난 기획력이 돋보이기 까질 하고 있었다. 남자들의 손장난은 이미 그 도를 넘어가고 있었고, 여자는 이제 허리를 좌우로 틀다 못해, 위 아래로 들썩이기도 했다. 난 이때쯤부터 비스듬히 옆으로 누워 팔베개를 한 채, 팬티를 내린다. 손에 벌떡 선 좇대가 잡히기도 전에, 등을 대고 돌아 누운 아내가 지분댄다.
‘바닥에 흘리지 말고, 어여 티슈나 감싸시지 그러셔?’
‘이를 말인가!’
아내도 그 장면에서부터 딸을 치기 위해 팬티를 내린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잠결에도 휴지타령을 늘어 놓는다. 징한 여편네 같으니라구!
‘캬, 저 봉지 사이로 저렇게나 잘 쳐넣남?’
남자들은 누워 있는 여자의 얼굴 위에 차례로 올라타고서 뚫린 봉지 사이로 좇을 내려뜨려 쑤셔 박았다. 이미 마음이 급한 한 놈은 벌려진 여자의 가랑이 사이에 웅크리고 엎드려, 그 불편한 봉지상태를 불평 한마디 없이, 혀를 내밀어 쭙쭙 대며, 여자의 씹물을 빨아 재끼고, 다른 한 녀석은 누워 있어도 봉긋한 여자의 탱탱한 젖을 소젖 쥐어짜듯이 쥐고 흔들면서 젖꼭지를 끊어 버릴 것처럼 입 속에서 갖고 놀았다. 화면에서 보이질 않는 촬영기사의 목소리가 작게 들리고 있었다. 안보이니까 카메라 쪽을 향해서 몸들을 틀어, 보지랑, 입 속에 좇대가 박히는 모습이 잘 보이도록 지시하는 그 세심함이 느껴지고 있다.
‘역시나 괜찮은 인물들 이라니깐!’
하던 짓거리를 잠시 멈추고, 세 명의 남자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콘돔을 착용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시절이 예전 이라도, 꼼꼼히 지켰던 건강 섹스의 표본이자, 자기 방어의 실천적 자태…..감탄만이 나올 뿐이었다. 이어서, 꼼짝도 않고 멀리서 네 사람의 어우러짐을 잡아나가던 카메라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는 그 장면에서 흡사 내 눈깔이 그들의 섹스를 근접해서 따라잡는 느낌으로 인해, 딸딸이 마저 잠시 멈추게 된 적을 많이도 겪었다는 걸 기억해 냈다. 세 명의 남자들은 저마다 독특한 형태의 좇대가리들을 갖고 있다. 한 사람은 귀두가 6시 5분처럼 휘어진 거포, 한 사람은 스모선수 다리 같은 뚱땡이, 나머지 하나는 곧 부러질 것 같은 길쭉한 학다리……그러기에 화면 속의 여자는 길이로 끝까지 쑤셔대고, 굵기로 꽉 차 오르며, 휘어짐으로 질벽을 온통 긁어대는 3중 화음의 좇질로 인해 뻑이 간다는 생각을 해왔다.
‘캬! 잘한다……’
난 개그맨처럼 소리를 지르며, 그들이 여자의 구녕 이란 구녕은 모조리 막아대며 쑤시는 장면에서 눈을 떼질 못했다. 척척 대고, 뿍짝 대는 여자의 씹구녕에서는 허연 씹물이 질척이고, 남자들은 좇대가리에 침을 칠할 여유도 없이, 보지에 박았던 좇이 꺼질새라, 연이어 항문으로 돌격을 하고….그들의 돌려박기는 정말 호화로운 장면들을 연출했다. 카메라는 흔들거림도 아랑곳 하질 않고서, 여인의 보지를 찢어 발기듯이 벌리며, 박혀서 씨벌덕대는 좇대의 리드미컬한 율동을 아주 가까이에서 줌업 했고, 그렇게 가까이 들이댄 카메라에 세 남자의 수군거림, 웅웅거림도 간혹 청아하게 들리기도 했지만, 역시나 여자의 교성과 신음, 주절거림으로 인해 금새 파묻혀 버리곤 했다. 화면으로 보이는 여자의 보지 주변은 이미 씹물로 번들거리고, 종류가 다른 세 개의 좇이 들락이는 관계로 벌겋게 핏물마저 올라 있었다. 독기가 오를 대로 오른 보지의 끝없는 탐닉…..예술이 아닐 수 없었다. 카메라가 이쯤에서부터는 어우러져 뒹굴며 박아대는 네 사람에게서 차츰 멀어진다. 나는 이 타이밍부터 아내의 명령대로 좇물이 바닥에 튀지 않도록, 휴지로 좇끝을 감싸야 하지만, 난 또다시 그대로 내버려 둔 채, 용두질에 박차를 가하고야 만다.
‘그냥 싸버리면 지가 어쩔라구?’
아예 간이 배 밖으로 나오는 나의 만용….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대면서도, 카메라 쪽으로 등을 대고, 과감하게 벗어 재끼는 얼굴에 쓴 비닐봉지. 돌아서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등의 자태와 완곡한 허리, 그리고, 그 풍만한 히프로 눌려 짜부가 되어있는 보지의 뒷끝이, 끝끝내 충혈되어 벌개져 있는 똥꾸녕과 함께 보여지고 있다. 여자의 고개가 위로 조금 치켜지고, 세 명의 남자는 여자의 정면에 서서, 이제까지 좇질을 위해 차고 있던 콘돔을 벗어 버린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향해 정신 없이 흔들어대는 그들의 마지막 닐리리 뽕!
‘윽!.....윽!.....윽!....’
남자들은 하나같이 오줌 싸는 것처럼, 많이도 여자의 얼굴을 향해 죽죽 좇물을 쏘아댔다. 여자는 입을 벌리고, 얼굴을 흘러 입안으로 흘러 드는 좇물을 쩝쩝대며 삼키고, 나의 좇물도 바깥 세상구경을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항상 그 다음 장면이 압권 이었다. 카메라나 돌릴 줄 알았던 촬영기사로 보이는 남자가 화면 옆으로 튀어 나와 그녀의 얼굴에다 마지막 좇물을 선사하는 것이었다. 교묘하게 높이를 낮추어 고정을 했는지, 그 장면에서 기사의 상반신은 보이질 않고, 죽죽 쏴대는 좇물만이 보일 뿐이었다. 박수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세 명의 남자가 기사에게 보내는 환호였다. 일본말로 부카아케라 하던가? 분수(噴水)라는 의미의……화면 가득하게 승리의 V자를 지어 보이는 손이 다가오면서, 포르노는 막을 내렸다. 내가 포르노를 끄고, 리와인드를 하기 시작하는 VTR의 조작 음에, 아내가 또다시 잠결에 지분거렸다.
‘지겹지도 않니? 또 바닥에 그냥 쌌지?....꼭 치우고 자라, 알았지? 밤에 화장실 가서 똥 눈다고 일어나다가 미끄러져서 머리나 깨지 말고…내 참, 살다 살다, 한밤중에 똥 마렵다고 일어나는 인간은 첨 봐……어여, 안 자? 내일 일 나가려면…..’
‘안 잤니?’
‘잠이 오나? 나도 좋은 시절이 있긴 있었네 하는 생각에, 보지가 근질거려 잘 수가 있어야 쥐. 근데, 암만 곱씹어 봐도, 비디오 가게 하던 그때가 정말 좋았던 거 있지?’
‘거럼, 죽였지! 그래도 내가 저렇게 비디오나마 남겨 놨길래, 좋은 시절 회상해 보지, 언제 해 보겠냐? 비디오 가게에 붙어 있던 저 살림방, 아직도 눈에 선하다……당신……참, 체격 죽였는데…..언제나 봐도 저 비디오는 예술이야. 구리긴 왜 구려?’
‘그 마지막에 나오는 당신, 그 놈의 V자 쫌 뺄 수 없냐? 온통 사진에 보면, 초등학생도 아니고 설랑, 사진관에 가서 찍는 가족 사진에 까지, V자 그어대는 인간은 당신 말고 보덜 못했네.’
‘내 트레이드 마크 아니겄어?....사실 그 장면에서 손에 낀 반지 땜시롱, 자식놈에게 들키면 어쩌나 했는데, 알아보질 못했던 모양이야. 허긴, 누가 오나 잔뜩 긴장하면서 봤을텐데, 알라보기도 어려웠을 거야, 그치?’
‘으이그, 화상아! 그것도 자랑 이라고…..근데, 그 비디오, 혹시 남들에게 대여 한 건 아니지? 너 그랬다간 디진다? 내가 앞으로 시간만 나면, 예전 그 동네에 가서, 다짜고짜 대질심문 한번 할꺼야, 알았쥐?’
난 속으로 외쳤다.
‘히히히…….대여는 무신! 좇나게 비싸게 팔아 먹었지…..지금 허고 있는 식당이 괜한 돈으로 맹글어진 줄 아남?’
아내는 또다시 내 손을 끌어다가 자신의 보지골 사이에 끼워놓고 잠에 빠진다. 세월 속에 구닥다리 비디오의 한 장면으로만 남아버린 우리의 젊은 시절 이건만, 아들내미의 푸념처럼 구리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아내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