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녀 - 21부
그렇게도 피하고 싶었던 자리가 만들어졌다. 선배들과의 술자리, 그것도 소연이와 함께하는 불편한 자리가 말이다.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선배들이 소연이에게 직접 접촉해서 제안했고, 소연이는 흔쾌히 수락했다. 또한 소연이는 나와 친한 선배들과의 만남에 나의 공식적인 여자친구로서 참석하게 된 것에 대해 무척이나 설레어했다. 나와 첫 데이트 할 때도 이랬을지는 모르겠지만 선배들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다며 옷까지 산다는 것을 나는 극구 말리기까지 했다.
지연이 누나를 극도로 싫어하던 소연이가 지연이 누나가 함께하는 자리에 이렇게 들떠 있다는 건 다른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 오직 하나다. 자신이 내 여자친구라는 걸 각인시키겠다는 의지로밖에 해석이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내가 그 약속을 취소하자는 얘기를 꺼낼 수 있겠는가.
그래서 결국 나는 지금 이 끔찍한 자리에서 안절부절 지연이 누나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그래도 지연이 누나의 굳은 표정에만 신경 쓰면 되지만 얼마 후 소연이가 오게 되면 소연이까지도, 아니 혜림이 누나, 유리 누나까지도 신경을 써야 할 텐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연이 누나의 미세한 손가락의 떨림까지 나는 놓치지 않고 의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선배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는 것처럼 흉내 내고 있을 때 핸드폰의 진동이 울려왔다. 나는 드디어 올 게 왔구나 하는 생각에 침통한 마음으로 메시지를 읽었다.
[잠깐 나와.]
뜻밖에도 혜림이 누나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고개를 들어 혜림이 누나를 보니 내게 눈짓을 보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선배들의 눈은 혜림이 누나를 향했고, 혜림이 누나는 신경 쓰지 말라는 투로 모두에게 얘기했다.
“화장실.”
화장실은 나중에 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다가 들어갔다. 지연이 누나의 눈치를 보며 앉아있는 것도 곤욕이었지만 지연이 누나를 내 시야에서 떼어놓는 건 더 큰 곤욕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고 해서 어떤 문제가 생길 일도 없을 것이다. 소연이가 오기 전까지는 평소와 다름없는 술자리가 될 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연이 누나의 잔뜩 화가 난 표정을 죄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봐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얼마 안 있어 나도 일어났지만 내게 시선을 주는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다들 웃고 떠드느라 나란 존재에는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중에 단 한 명, 지연이 누나만이 억지로 나를 외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연이 누나의 짜증 섞인 눈빛은 애꿎은 소주잔을 마치 깨기라도 할 듯이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나 또한 애써 지연이 누나를 외면하고 밖으로 나갔다.
“왜 이렇게 늦게 나와?”
난 대답 대신 시큰둥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여기 말고 딴 데 가서 얘기하는 게 낫겠지?”
여전히 난 시큰둥한 표정으로 일관했지만 혜림이 누나는 그런 내 팔을 부여잡고 날 이끌었다.
사람들의 눈에는 우리가 전혀 이상해보이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다정한 연인쯤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혜림이 누나는 나를 점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골목길로 데려갔고, 어쩌면 이 모습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인 같아 보이는 두 남녀가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간다면 빤하지 않겠는가. 둘만의 애정행각을 벌일 장소를 물색하는 것으로밖에는 달리 생각할 방도가 없는 상황이었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혜림이 누나의 생각이 진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설마가 혹시가 되고 혹시가 역시가 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으슥한 골목에 접어들자마자 혜림이 누나의 입술은 내 입술을 덮쳐왔다. 난 입을 굳게 다물고 혜림이 누나의 손을 완강히 뿌리쳤다.
“뭐하는 거야?”
“장난 한 번 쳐본 거야. 뭘 그거 갖고 오버하고 그러냐.”
핀잔을 들어야 할 사람이 나라는 게 어이없어 헛웃음만 나왔다. 대체 이 여자는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까지 자아냈다. 그런 날 비웃기라도 하는 듯 혜림이 누나는 깔깔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너 아까부터 장난 아닌 거 알아?”
“뭐가?”
“얼굴 완전 굳어서 긴장백배 상태잖아. 예민해서 장난쳐도 신경질적이고.”
이런 상황에서 긴장 안 하고 안 예민한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천하의 조반니 카사노바라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만한 재목이 되지 못하기에 이 상황이 두렵고 떨렸다. 소리라도 질러보면 긴장이 풀릴까 싶어 괜히 혜림이 누나에게 버럭 화를 냈다.
“그래. 다 내 잘못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웃으면서 장난 받아줘야 되는데 그러지 못한 내 잘못이다. 됐어?”
“너랑 싸우자고 불러낸 거 아냐. 너 숨 좀 트라고, 여유 좀 주려고 부른 거야. 그러기에 소연이를 왜 불러가지고…….”
“내가 부른 거 아니거든. 당신이 좋다고 졸졸 따라다니는 그 인간이 불렀거든.”
“아무튼 아까 지연이랑 얘기했는데 오늘 별 일 없을 거 같아. 아직까지는 시간이 남았다나 뭐라나 하면서 그냥 지켜보겠다고 했거든. 그러니까 너무 긴장하고 있지 마. 그러다가 실수는 네가 할 거 같아.”
불안감이 약간은 가시는 소식이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게 사람 마음인지라 절대 안심하면 안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연이 누나의 입만 막는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지 않는가. 혜림이 누나나 유리 누나를 비롯해 형들까지 불안요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데 마냥 맘 놓고 있다가는 크게 다칠 우려가 있었다.
“어떻게 긴장이 안 돼? 사방에 지뢰가 깔렸는데.”
“진짜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지연이가 가만히 있는데 일이 생길 게 없잖아.”
나는 당신과 유리 누나도 지연이 누나만큼 불안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내 말에 기분 상해 확 질러버리거나 날 조롱하며 갖고 놀까봐 꾹 참았다. 대신 확실한 내 편이라는 것을 확인받고 싶었다.
“그래도 긴장되면 한 가지 좋은 방법이 있는데…….”
혜림이 누나는 내 눈치를 살피더니 속삭이며 말을 이어갔다.
“섹스 하고나면 나른해지면서 긴장이 좀 풀린대.”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혜림이 누나가 먼저 내 편이라고 도장을 받겠다고 나섰다. 그것도 내가 생각한 수위보다 한층 높여서 말이다.
“여기서 하자고?”
“여기 사람 거의 안 다녀서 괜찮아.”
“그래도 누가 오면…….”
“나 치마 입었으니까 사람 오는 소리 들음 바로 정리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응?”
처음부터 작정하고 불렀는지 얘기하다가 그런 마음이 생긴 건지 모르겠지만 혜림이 누나는 정말 대담한 여자가 되었다. 혜림이 누나의 제안에 내가 당황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었는데 말이다.
“진심이야? 진짜 해?”
“응. 나 하고 싶어.”
난 혜림이 누나를 데리고 어느 집 앞에 세워진 트럭 쪽으로 갔다. 다행히도 담벼락과 트럭 사이에는 사람이 오가기에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 그 틈 사이로 혜림이 누나를 밀어 넣고 나도 따라 들어갔다. 완전히 은폐되어 있어 소리를 듣고 일부러 찾아오지 않는 한 걸릴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혜림이 누나는 벽과 트럭을 양쪽으로 잡고 앞으로 허리를 숙였다. 혜림이 누나와 섹스 할 때 좋은 점이라고 한다면 좋은 점인 게 바로 이런 것이다. 전희 없이도 가능하다는 것. 혜림이 누나의 보지가 젖어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설령 안 젖어있더라도 혜림이 누나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뻑뻑한 느낌은 금세 사라지고 부드러운 보짓물이 내 자지를 감쌀 것이기 때문이다.
치마를 잡고 걷으니 야시시한 검정색 팬티가 나를 반겼다. 나는 팬티를 찢어버릴까, 젖힐까, 내릴까 망설이고 있었다.
“뭐해?”
잠시도 틈을 주지 않는 혜림이 누나였다. 결국 난 무난한 선택을 했다. 팬티를 내리고는 내 자지를 꺼내어들었다. 완전히 발기되지 않은 내 자지였다. 보지를 한껏 벌려 내 자지를 밀어 넣으려 했지만 귀두만 살짝 들어갔을 뿐 보지 속으로 들어갈 생각을 않는 내 자지였다. 혜림이 누나가 보짓물이라도 흠뻑 흘려놨으면 쏙 들어갔을지 모르겠지만 그렇지도 않았기 때문에 나는 자지를 붙잡고 혜림이 누나의 보지에 문질렀다. 귀두에 오는 자극과 길거리에서의 섹스라는 상황이 주는 흥분감에 금방 단단해지는 자지였다.
이제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는 느낌이 왔을 때 혜림이 누나의 보지로 내 자지를 안내했다. 어느새 혜림이 누나의 보지에는 보짓물로 가득했다.
시간이 없었다.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섹스이기에 빨리 끝내야했고, 술자리에서 나온 지 오래 되었기에 빨리 끝내야하기도 했다. 삽입과 동시에 나는 최선을 다해 허리를 움직였다. 굉장히 거친 섹스였다. 마치 강간하듯 혹은 창녀에게 하듯 여자의 아픔 따위는 상관하지 않는 오직 나의 정액을 쏟아내기 위한 섹스 같았다.
혜림이 누나의 꾹 다문 입에서는 고통의 신음인지 쾌락의 신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슬쩍슬쩍 흘러나왔다. 그런 혜림이 누나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살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혹시 창문을 열어놓은 집이 있다면 대번에 알아듣고 달려올 법한 시끄럽고 에로틱한 소리였다.
혜림이 누나는 내 엉덩이를 붙잡으며 내 움직임을 멈춰 세우려했다. 그렇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여전히 신나게 허리를 흔들면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말했다.
“왜?”
혜림이 누나는 입을 열 수가 없었던지 기어이 내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만할 수밖에 없었다.
“왜 그래?”
“하아……하아……하……네가 그러면 내가 신음소리 참을 이유가 없잖아. 하아……”
“무슨 말이야?”
“소리 안 나게 살살 하라고.”
“알았어.”
나는 자지를 박아 대는 것 대신 깊이 삽입한 채 엉덩이로 원을 그리는 것처럼 움직이며 보지 구석구석을 부드럽게 마찰시켰다. 혜림이 누나는 내 자지를 음미하듯 몸을 실룩실룩 거리며 내 움직임에 호응해주었다. 이렇게 하면서 오랜 시간 자지와 보지가 교감을 나누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언제까지나 이러고 있을 수 없기에 나는 다시 보지에 박아대기 시작했다. 허리 움직임의 속력은 혜림이 누나가 날 멈춰 세우기 전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아까와 다른 게 있다면 깊이 삽입한 상태에서 조금만 뺐다 넣었다는 하는 방법을 써서 소리를 약간이나마 줄였다는 것이다.
혜림이 누나는 한 손으로 내 팔을 꽉 붙들며 보지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쾌감을 즐기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혜림이 누나의 손에는 더 강한 힘이 들어가며 내 팔을 세게 쥐어왔다. 내가 속력을 조금 낮추자 혜림이 누나의 손에 들어갔던 힘도 빠졌고, 내가 다시 속력을 높이자 혜림이 누나의 몸은 또 다시 긴장이 되어 굳어지며 내 팔을 있는 힘껏 잡았다.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하다가 끝장을 보자는 생각으로 속력을 낮추지 않고 계속해서 절정의 속력을 유지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식이었다. 얼굴을 타고 흘러내린 땀방울이 혜림이 누나의 엉덩이를 적셨고, 내 호흡은 점점 거칠어져 가쁜 숨을 내뱉고 있었다. 먼저 항복을 한 건 내 체력도, 내 자지도 아니었다. 내 팔을 쥐어짜듯 꽉 잡고 있던 혜림이 누나의 손이 미끄러지며 몸을 약간 휘청거렸고 그 바람에 내 자지는 차가운 공기를 맞았다.
나는 다시 혜림이 누나의 보지에 자지를 집어넣으려했지만 혜림이 누나가 다시 자세를 잡기는커녕 주저앉아 숨을 내뱉고 있기에 멀뚱히 바라보며 나 또한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하아……입으로 해줄게.”
혜림이 누나는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보짓물로 뒤덮인 내 자지를 입에 넣었다. 보짓물을 먹고 싶었던 건지 내 자지에서 번들거리던 보짓물을 샅샅이 핥아내고는 귀두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내 자지는 갑자기 뜨거운 반응이 오며 정액이 꿈틀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이제 힘을 모아 싸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정액을 자지로 끌어올려 대기시켰다.
하지만 내 정액은 제자리로 돌아가고 말았다. 사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 혜림이 누나의 머리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들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발걸음이 우리를 향하는 기분이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 남자가 내 시야에 붙잡혔다.
많이 취했는지 비틀거리던 그 남자는 담벼락에 소변을 뿌리기 시작했다. 소변이 벽을 때리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혜림이 누나를 내려다보니 그대로 얼어버렸는지 내 자지를 머금은 채로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미동도 않고 있었다. 다시 고개를 들어 그 남자를 보는 순간 그 남자와 나는 눈이 마주쳤다. 그 남자는 헛것이 보인다고 생각했는지 눈을 껌뻑껌뻑 거리며 우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면서 그 남자의 목은 자라목이 빠지는 마냥 있는 대로 빠져 우리 쪽을 향해 뻗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 남자의 눈을 피했다. 알아서 눈치껏 사라져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어느 순간 소변 소리는 사라졌고, 멀리서 들려오는 차소리가 지금의 고요함을 더욱더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었다. 고개를 돌렸을 때 아무도 없기를 바랐지만 처음 내 눈에 들어온 건 그 남자의 자지였다. 남자는 몸을 돌려 나를 마주하고 있었지만 소변보는 자세 그대로 서있었다. 한 발이 소변 웅덩이에 담겨져 있는 걸 보니 나쁜 의도를 갖고 그렇게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쪽팔리는 것 말고는 문제가 생길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내 자지도 지금 상황이 부끄러웠는지 잔뜩 움츠리고 있었다. 난 혜림이 누나의 입에서 내 자지를 빼내고 혜림이 누나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바지를 대충 잡고 남자의 반대편으로 재빠르게 도망쳤다. 트럭 뒤에 서서 보니 혜림이 누나는 팬티를 허벅지에 걸친 채로 따라온 것이다. 우리는 옷을 제대로 추스르고는 깔깔거리며 골목을 빠져나갔다.
“진짜 웃기다.”
“그래도 다행이다. 하고 있을 때 걸렸음 어쩔 뻔 했어.”
“그 남자 흥분해서 내 입에 자지 물렸을 지도 몰라.”
혜림이 누나는 까르르 웃으며 농담으로 말했지만 나는 순간 그 상황을 상상했다. 만약 그랬다면 난 어떻게 했을까? 그 남자와 함께 즐겼을까? 다른 남자와 한 여자를 두고 섹스를 한다고 생각하니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혜림이 누나가 다른 남자와 섹스 하는 장면을 보고 싶기도 했다.
“그랬으면 그 남자 자지 빨아줄 거야?”
“미쳤어? 어떻게 그래?”
“뭐…… 좀 그렇지?”
“그렇고말고 할 게 뭐가 있어. 당연히 그런 일은 없는 거지!”
“농담인데 뭘 그렇게 흥분해? 그 남자한테 서비스로 네 보지나 한번 보여주고 올 걸 그랬나?”
“아주 날 걸레취급을 하는 구나.”
“이것도 농담이에요!”
“됐어. 흥!”
혜림이 누나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지만 내가 간지럼을 태우며 안아주자 금세 다시 웃었다.
선배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 가까워오니 잊고 있었던 불안함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확실히 아까만큼은 아니었다. 때마침 소연이에게서 전화가 왔고 학생회 회의가 끝났으니 곧장 오겠다고 했다. 혜림이 누나와 같이 들어가면 이상하게 볼 게 빤하니 나는 먼저 혜림이 누나를 들여보내고 소연이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소연이는 오래 지나지 않아 싱그러운 미소와 함께 도착했다. 낮에 봤을 때와는 무언가 다른 모습이었다. 옷이 달리진 것도 아니고 헤어가 달라진 것도 아니었다.
“많이 늦었지? 회의가 길어져서…….”
“아니야. 근데 몇 시간 사이에 더 예뻐진 거 같아.”
“응?”
소연이는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고, 나는 그제야 알아챌 수 있었다. 소연이의 얼굴에 옅은 화장이 소연이를 더 빛나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들어가자.”
소연이는 내게 팔짱을 끼고 따라왔고, 소연이를 본 남자선배들은 호들갑을 떨며 소연이를 반겼다. 혜림이 누나와 유리 누나도 마지못해 하는 표정으로 반가운 척을 해주었지만 지연이 누나만은 냉랭한 미소로 맞이해주었다.
“소연아, 어서 와서 앉아. 저기 앉으면 돼.”
진구 형이 가리킨 자리는 하필 지연이 누나의 옆자리였다. 아까까지의 자리배치로는 유리 누나의 옆이 비어있어야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지금은 지연이 누나의 옆에만 자리가 남아있었다. 소연이와 지연이 누나 둘이 붙여놓기도 싫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지연이 누나의 옆에 앉을 수도 없기에 난 진구 형이 안내하는 대로 놔두었다. 지연이 누나와 소연이가 붙어 앉고 소연이 옆에 내가 앉는 지지리 운도 없는 자리배치가 완료되고 본격적인 눈치싸움이 시작되었다.
“소연이가 예쁜 건 알았지만 이렇게 예뻤었어? 얘들이 어디 가서 안 빠지는 미모인데 너 오니까 확 죽는 느낌이야.”
혜림이 누나는 저런 놈이 뭐가 좋다고 목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튼 진구 형의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를 칭찬으로 분위기는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근데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따가운 눈총이 내게로 향했다는 것이다. 형들은 어떻게든 분위기 전환을 하려고 억지로 웃어보였지만 유리 누나와 혜림이 누나는 진구 형과 소연이를 한 번씩 흘끔 보더니 날 꾸짖는 것 같은 눈빛을 보냈다.
진구 형의 소연이를 향한 찬양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술이 많이 취한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잊을만하면 한 번씩 소연이의 칭찬을 늘어놓았다. 진구 형은 혜림이 누나뿐만 아니라 내 존재까지도 잊고 소연이에게 작업을 거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근데 그럴 때마다 소연이는 날 보며 어깨를 으쓱했고, 지연이 누나를 슬쩍 쳐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한 소연이는 내게 착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물 한 잔, 안주 하나 일일이 놓치지 않고 내게 챙겨달라는 눈치를 보냈고 내 손은 그대로 행했다. 그럴 때마다 지연이 누나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갈라질 것만 같았다.
“언니, 제 동기들이 다 언니 부러워해요. 진원오빠 같은 착한 남자친구가 어디 있냐면서.”
소연이의 말에 지연이 누나의 표정은 억지로나마 미소가 지어지며 약간은 누그러지는 듯 했다.
“어, 그래? 너도 착한 남자친구 있잖아. 너만 바라보는 착한 남자친구!”
소연이는 고개를 돌려 나에게 물어왔다.
“그래? 나만 바라보는 거 맞아?”
이 순간 망설이면 안 된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나는 지체 없이 소연이의 말에 대답했다.
“당연하지. 내가 소연이 말고 누굴 봐?”
어차피 내가 할 대답은 정해진 것이었다. 그렇지만 혹시라도 내가 지연이 누나를 의식하고 대답을 늦게 했다면 두 사람이 화가 났을 것이다. 이로써 화가 난 사람은 지연이 누나 하나뿐일 것이라는 것에 위안을 삼았고, 나는 내 본능에 감사했다.
소연이는 다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러네요, 언니.”
소연이는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잡았다. 그 모습을 본 지연이 누나는 남몰래 한숨을 내뱉으며 분을 삭이는 것처럼 보였다. 지연이 누나가 일단 참고 넘기려는 모습을 보고 안심하려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공격이 들어왔다.
“소연아, 너 윤호 엑스걸프렌즈 얘기 들은 거 있어?”
“네? 아니요.”
“누나, 뭘 그런 걸 물어봐요?”
당황한 나는 얼른 유리누나에게 따지며 넘어가려 했지만 소연이도 그 질문에 궁금했던 모양이다.
“언니는 혹시 들은 거 있으세요?”
“아니, 윤호가 통 얘기를 안 해줘서 너한테는 해줬나 싶어 물어본 거야. 내가 보기엔 쟤가 순진한 척하지만 여자 경험이 엄청 많았을 것 같거든.”
“현재진행형일 수도 있고…….”
유리 누나가 바로 이어서 조용히 읊조렸지만 다행히도 뒤에 한 얘기는 소연이가 듣지 못한 것 같았다.
“그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소연이는 빚 독촉하듯 내게 말했다.
“이렇게 된 거 한 번 털어놔 보시죠.”
“털어놓을 거 없어. 나 네가 처음이야.”
“뻥치지 말고 털어놔요. 지금 말하면 그냥 넘어가줄 테니까.”
“진짜야. 난 여자에 별 관심 없었어.”
유리 누나는 다시 끼어들며 찬물을 끼얹었다.
“소연아, 저런 애를 조심해야 돼. 단속 철저히 하고 틈을 주면 안 돼! 알겠지?”
“네, 언니. 명심할게요.”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한순간, 한순간이 조마조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정말 이럴 거면 차라리 대놓고 다 얘기하라고 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괜한 객기는 큰 위험을 부르는 법이다.
몇 차례의 위험한 발언들이 언뜻언뜻 더 나왔지만 소연이가 알아차린 건 없어보였다. 더 위한한 발언이 나오기 전에 나는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소연이가 갖고 있던 소기의 목적은 이미 달성한 것 같아 나는 조심스레 소연이에게 자리를 빠져나가지 않겠냐고 물어보았고 소연이는 미련 없이 그러자고 했다. 천만 다행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선배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먼저 일어났다. 진구 형이 강하게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가볍게 무시하고 빠져나왔다. 나가는 길에 뒤를 돌아보니 지연이 누나가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소연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지금 이렇게 나온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서워보였다.
지연이 누나를 극도로 싫어하던 소연이가 지연이 누나가 함께하는 자리에 이렇게 들떠 있다는 건 다른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 오직 하나다. 자신이 내 여자친구라는 걸 각인시키겠다는 의지로밖에 해석이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내가 그 약속을 취소하자는 얘기를 꺼낼 수 있겠는가.
그래서 결국 나는 지금 이 끔찍한 자리에서 안절부절 지연이 누나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그래도 지연이 누나의 굳은 표정에만 신경 쓰면 되지만 얼마 후 소연이가 오게 되면 소연이까지도, 아니 혜림이 누나, 유리 누나까지도 신경을 써야 할 텐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연이 누나의 미세한 손가락의 떨림까지 나는 놓치지 않고 의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선배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는 것처럼 흉내 내고 있을 때 핸드폰의 진동이 울려왔다. 나는 드디어 올 게 왔구나 하는 생각에 침통한 마음으로 메시지를 읽었다.
[잠깐 나와.]
뜻밖에도 혜림이 누나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고개를 들어 혜림이 누나를 보니 내게 눈짓을 보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선배들의 눈은 혜림이 누나를 향했고, 혜림이 누나는 신경 쓰지 말라는 투로 모두에게 얘기했다.
“화장실.”
화장실은 나중에 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다가 들어갔다. 지연이 누나의 눈치를 보며 앉아있는 것도 곤욕이었지만 지연이 누나를 내 시야에서 떼어놓는 건 더 큰 곤욕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고 해서 어떤 문제가 생길 일도 없을 것이다. 소연이가 오기 전까지는 평소와 다름없는 술자리가 될 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연이 누나의 잔뜩 화가 난 표정을 죄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봐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얼마 안 있어 나도 일어났지만 내게 시선을 주는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다들 웃고 떠드느라 나란 존재에는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중에 단 한 명, 지연이 누나만이 억지로 나를 외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연이 누나의 짜증 섞인 눈빛은 애꿎은 소주잔을 마치 깨기라도 할 듯이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나 또한 애써 지연이 누나를 외면하고 밖으로 나갔다.
“왜 이렇게 늦게 나와?”
난 대답 대신 시큰둥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여기 말고 딴 데 가서 얘기하는 게 낫겠지?”
여전히 난 시큰둥한 표정으로 일관했지만 혜림이 누나는 그런 내 팔을 부여잡고 날 이끌었다.
사람들의 눈에는 우리가 전혀 이상해보이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다정한 연인쯤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혜림이 누나는 나를 점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골목길로 데려갔고, 어쩌면 이 모습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인 같아 보이는 두 남녀가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간다면 빤하지 않겠는가. 둘만의 애정행각을 벌일 장소를 물색하는 것으로밖에는 달리 생각할 방도가 없는 상황이었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혜림이 누나의 생각이 진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설마가 혹시가 되고 혹시가 역시가 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으슥한 골목에 접어들자마자 혜림이 누나의 입술은 내 입술을 덮쳐왔다. 난 입을 굳게 다물고 혜림이 누나의 손을 완강히 뿌리쳤다.
“뭐하는 거야?”
“장난 한 번 쳐본 거야. 뭘 그거 갖고 오버하고 그러냐.”
핀잔을 들어야 할 사람이 나라는 게 어이없어 헛웃음만 나왔다. 대체 이 여자는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까지 자아냈다. 그런 날 비웃기라도 하는 듯 혜림이 누나는 깔깔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너 아까부터 장난 아닌 거 알아?”
“뭐가?”
“얼굴 완전 굳어서 긴장백배 상태잖아. 예민해서 장난쳐도 신경질적이고.”
이런 상황에서 긴장 안 하고 안 예민한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천하의 조반니 카사노바라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만한 재목이 되지 못하기에 이 상황이 두렵고 떨렸다. 소리라도 질러보면 긴장이 풀릴까 싶어 괜히 혜림이 누나에게 버럭 화를 냈다.
“그래. 다 내 잘못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웃으면서 장난 받아줘야 되는데 그러지 못한 내 잘못이다. 됐어?”
“너랑 싸우자고 불러낸 거 아냐. 너 숨 좀 트라고, 여유 좀 주려고 부른 거야. 그러기에 소연이를 왜 불러가지고…….”
“내가 부른 거 아니거든. 당신이 좋다고 졸졸 따라다니는 그 인간이 불렀거든.”
“아무튼 아까 지연이랑 얘기했는데 오늘 별 일 없을 거 같아. 아직까지는 시간이 남았다나 뭐라나 하면서 그냥 지켜보겠다고 했거든. 그러니까 너무 긴장하고 있지 마. 그러다가 실수는 네가 할 거 같아.”
불안감이 약간은 가시는 소식이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게 사람 마음인지라 절대 안심하면 안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연이 누나의 입만 막는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지 않는가. 혜림이 누나나 유리 누나를 비롯해 형들까지 불안요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데 마냥 맘 놓고 있다가는 크게 다칠 우려가 있었다.
“어떻게 긴장이 안 돼? 사방에 지뢰가 깔렸는데.”
“진짜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지연이가 가만히 있는데 일이 생길 게 없잖아.”
나는 당신과 유리 누나도 지연이 누나만큼 불안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내 말에 기분 상해 확 질러버리거나 날 조롱하며 갖고 놀까봐 꾹 참았다. 대신 확실한 내 편이라는 것을 확인받고 싶었다.
“그래도 긴장되면 한 가지 좋은 방법이 있는데…….”
혜림이 누나는 내 눈치를 살피더니 속삭이며 말을 이어갔다.
“섹스 하고나면 나른해지면서 긴장이 좀 풀린대.”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혜림이 누나가 먼저 내 편이라고 도장을 받겠다고 나섰다. 그것도 내가 생각한 수위보다 한층 높여서 말이다.
“여기서 하자고?”
“여기 사람 거의 안 다녀서 괜찮아.”
“그래도 누가 오면…….”
“나 치마 입었으니까 사람 오는 소리 들음 바로 정리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응?”
처음부터 작정하고 불렀는지 얘기하다가 그런 마음이 생긴 건지 모르겠지만 혜림이 누나는 정말 대담한 여자가 되었다. 혜림이 누나의 제안에 내가 당황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었는데 말이다.
“진심이야? 진짜 해?”
“응. 나 하고 싶어.”
난 혜림이 누나를 데리고 어느 집 앞에 세워진 트럭 쪽으로 갔다. 다행히도 담벼락과 트럭 사이에는 사람이 오가기에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 그 틈 사이로 혜림이 누나를 밀어 넣고 나도 따라 들어갔다. 완전히 은폐되어 있어 소리를 듣고 일부러 찾아오지 않는 한 걸릴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혜림이 누나는 벽과 트럭을 양쪽으로 잡고 앞으로 허리를 숙였다. 혜림이 누나와 섹스 할 때 좋은 점이라고 한다면 좋은 점인 게 바로 이런 것이다. 전희 없이도 가능하다는 것. 혜림이 누나의 보지가 젖어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설령 안 젖어있더라도 혜림이 누나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뻑뻑한 느낌은 금세 사라지고 부드러운 보짓물이 내 자지를 감쌀 것이기 때문이다.
치마를 잡고 걷으니 야시시한 검정색 팬티가 나를 반겼다. 나는 팬티를 찢어버릴까, 젖힐까, 내릴까 망설이고 있었다.
“뭐해?”
잠시도 틈을 주지 않는 혜림이 누나였다. 결국 난 무난한 선택을 했다. 팬티를 내리고는 내 자지를 꺼내어들었다. 완전히 발기되지 않은 내 자지였다. 보지를 한껏 벌려 내 자지를 밀어 넣으려 했지만 귀두만 살짝 들어갔을 뿐 보지 속으로 들어갈 생각을 않는 내 자지였다. 혜림이 누나가 보짓물이라도 흠뻑 흘려놨으면 쏙 들어갔을지 모르겠지만 그렇지도 않았기 때문에 나는 자지를 붙잡고 혜림이 누나의 보지에 문질렀다. 귀두에 오는 자극과 길거리에서의 섹스라는 상황이 주는 흥분감에 금방 단단해지는 자지였다.
이제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는 느낌이 왔을 때 혜림이 누나의 보지로 내 자지를 안내했다. 어느새 혜림이 누나의 보지에는 보짓물로 가득했다.
시간이 없었다.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섹스이기에 빨리 끝내야했고, 술자리에서 나온 지 오래 되었기에 빨리 끝내야하기도 했다. 삽입과 동시에 나는 최선을 다해 허리를 움직였다. 굉장히 거친 섹스였다. 마치 강간하듯 혹은 창녀에게 하듯 여자의 아픔 따위는 상관하지 않는 오직 나의 정액을 쏟아내기 위한 섹스 같았다.
혜림이 누나의 꾹 다문 입에서는 고통의 신음인지 쾌락의 신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슬쩍슬쩍 흘러나왔다. 그런 혜림이 누나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살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혹시 창문을 열어놓은 집이 있다면 대번에 알아듣고 달려올 법한 시끄럽고 에로틱한 소리였다.
혜림이 누나는 내 엉덩이를 붙잡으며 내 움직임을 멈춰 세우려했다. 그렇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여전히 신나게 허리를 흔들면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말했다.
“왜?”
혜림이 누나는 입을 열 수가 없었던지 기어이 내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만할 수밖에 없었다.
“왜 그래?”
“하아……하아……하……네가 그러면 내가 신음소리 참을 이유가 없잖아. 하아……”
“무슨 말이야?”
“소리 안 나게 살살 하라고.”
“알았어.”
나는 자지를 박아 대는 것 대신 깊이 삽입한 채 엉덩이로 원을 그리는 것처럼 움직이며 보지 구석구석을 부드럽게 마찰시켰다. 혜림이 누나는 내 자지를 음미하듯 몸을 실룩실룩 거리며 내 움직임에 호응해주었다. 이렇게 하면서 오랜 시간 자지와 보지가 교감을 나누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언제까지나 이러고 있을 수 없기에 나는 다시 보지에 박아대기 시작했다. 허리 움직임의 속력은 혜림이 누나가 날 멈춰 세우기 전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아까와 다른 게 있다면 깊이 삽입한 상태에서 조금만 뺐다 넣었다는 하는 방법을 써서 소리를 약간이나마 줄였다는 것이다.
혜림이 누나는 한 손으로 내 팔을 꽉 붙들며 보지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쾌감을 즐기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혜림이 누나의 손에는 더 강한 힘이 들어가며 내 팔을 세게 쥐어왔다. 내가 속력을 조금 낮추자 혜림이 누나의 손에 들어갔던 힘도 빠졌고, 내가 다시 속력을 높이자 혜림이 누나의 몸은 또 다시 긴장이 되어 굳어지며 내 팔을 있는 힘껏 잡았다.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하다가 끝장을 보자는 생각으로 속력을 낮추지 않고 계속해서 절정의 속력을 유지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식이었다. 얼굴을 타고 흘러내린 땀방울이 혜림이 누나의 엉덩이를 적셨고, 내 호흡은 점점 거칠어져 가쁜 숨을 내뱉고 있었다. 먼저 항복을 한 건 내 체력도, 내 자지도 아니었다. 내 팔을 쥐어짜듯 꽉 잡고 있던 혜림이 누나의 손이 미끄러지며 몸을 약간 휘청거렸고 그 바람에 내 자지는 차가운 공기를 맞았다.
나는 다시 혜림이 누나의 보지에 자지를 집어넣으려했지만 혜림이 누나가 다시 자세를 잡기는커녕 주저앉아 숨을 내뱉고 있기에 멀뚱히 바라보며 나 또한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하아……입으로 해줄게.”
혜림이 누나는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보짓물로 뒤덮인 내 자지를 입에 넣었다. 보짓물을 먹고 싶었던 건지 내 자지에서 번들거리던 보짓물을 샅샅이 핥아내고는 귀두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내 자지는 갑자기 뜨거운 반응이 오며 정액이 꿈틀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이제 힘을 모아 싸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정액을 자지로 끌어올려 대기시켰다.
하지만 내 정액은 제자리로 돌아가고 말았다. 사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 혜림이 누나의 머리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들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발걸음이 우리를 향하는 기분이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 남자가 내 시야에 붙잡혔다.
많이 취했는지 비틀거리던 그 남자는 담벼락에 소변을 뿌리기 시작했다. 소변이 벽을 때리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혜림이 누나를 내려다보니 그대로 얼어버렸는지 내 자지를 머금은 채로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미동도 않고 있었다. 다시 고개를 들어 그 남자를 보는 순간 그 남자와 나는 눈이 마주쳤다. 그 남자는 헛것이 보인다고 생각했는지 눈을 껌뻑껌뻑 거리며 우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면서 그 남자의 목은 자라목이 빠지는 마냥 있는 대로 빠져 우리 쪽을 향해 뻗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 남자의 눈을 피했다. 알아서 눈치껏 사라져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어느 순간 소변 소리는 사라졌고, 멀리서 들려오는 차소리가 지금의 고요함을 더욱더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었다. 고개를 돌렸을 때 아무도 없기를 바랐지만 처음 내 눈에 들어온 건 그 남자의 자지였다. 남자는 몸을 돌려 나를 마주하고 있었지만 소변보는 자세 그대로 서있었다. 한 발이 소변 웅덩이에 담겨져 있는 걸 보니 나쁜 의도를 갖고 그렇게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쪽팔리는 것 말고는 문제가 생길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내 자지도 지금 상황이 부끄러웠는지 잔뜩 움츠리고 있었다. 난 혜림이 누나의 입에서 내 자지를 빼내고 혜림이 누나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바지를 대충 잡고 남자의 반대편으로 재빠르게 도망쳤다. 트럭 뒤에 서서 보니 혜림이 누나는 팬티를 허벅지에 걸친 채로 따라온 것이다. 우리는 옷을 제대로 추스르고는 깔깔거리며 골목을 빠져나갔다.
“진짜 웃기다.”
“그래도 다행이다. 하고 있을 때 걸렸음 어쩔 뻔 했어.”
“그 남자 흥분해서 내 입에 자지 물렸을 지도 몰라.”
혜림이 누나는 까르르 웃으며 농담으로 말했지만 나는 순간 그 상황을 상상했다. 만약 그랬다면 난 어떻게 했을까? 그 남자와 함께 즐겼을까? 다른 남자와 한 여자를 두고 섹스를 한다고 생각하니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혜림이 누나가 다른 남자와 섹스 하는 장면을 보고 싶기도 했다.
“그랬으면 그 남자 자지 빨아줄 거야?”
“미쳤어? 어떻게 그래?”
“뭐…… 좀 그렇지?”
“그렇고말고 할 게 뭐가 있어. 당연히 그런 일은 없는 거지!”
“농담인데 뭘 그렇게 흥분해? 그 남자한테 서비스로 네 보지나 한번 보여주고 올 걸 그랬나?”
“아주 날 걸레취급을 하는 구나.”
“이것도 농담이에요!”
“됐어. 흥!”
혜림이 누나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지만 내가 간지럼을 태우며 안아주자 금세 다시 웃었다.
선배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 가까워오니 잊고 있었던 불안함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확실히 아까만큼은 아니었다. 때마침 소연이에게서 전화가 왔고 학생회 회의가 끝났으니 곧장 오겠다고 했다. 혜림이 누나와 같이 들어가면 이상하게 볼 게 빤하니 나는 먼저 혜림이 누나를 들여보내고 소연이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소연이는 오래 지나지 않아 싱그러운 미소와 함께 도착했다. 낮에 봤을 때와는 무언가 다른 모습이었다. 옷이 달리진 것도 아니고 헤어가 달라진 것도 아니었다.
“많이 늦었지? 회의가 길어져서…….”
“아니야. 근데 몇 시간 사이에 더 예뻐진 거 같아.”
“응?”
소연이는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고, 나는 그제야 알아챌 수 있었다. 소연이의 얼굴에 옅은 화장이 소연이를 더 빛나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들어가자.”
소연이는 내게 팔짱을 끼고 따라왔고, 소연이를 본 남자선배들은 호들갑을 떨며 소연이를 반겼다. 혜림이 누나와 유리 누나도 마지못해 하는 표정으로 반가운 척을 해주었지만 지연이 누나만은 냉랭한 미소로 맞이해주었다.
“소연아, 어서 와서 앉아. 저기 앉으면 돼.”
진구 형이 가리킨 자리는 하필 지연이 누나의 옆자리였다. 아까까지의 자리배치로는 유리 누나의 옆이 비어있어야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지금은 지연이 누나의 옆에만 자리가 남아있었다. 소연이와 지연이 누나 둘이 붙여놓기도 싫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지연이 누나의 옆에 앉을 수도 없기에 난 진구 형이 안내하는 대로 놔두었다. 지연이 누나와 소연이가 붙어 앉고 소연이 옆에 내가 앉는 지지리 운도 없는 자리배치가 완료되고 본격적인 눈치싸움이 시작되었다.
“소연이가 예쁜 건 알았지만 이렇게 예뻤었어? 얘들이 어디 가서 안 빠지는 미모인데 너 오니까 확 죽는 느낌이야.”
혜림이 누나는 저런 놈이 뭐가 좋다고 목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튼 진구 형의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를 칭찬으로 분위기는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근데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따가운 눈총이 내게로 향했다는 것이다. 형들은 어떻게든 분위기 전환을 하려고 억지로 웃어보였지만 유리 누나와 혜림이 누나는 진구 형과 소연이를 한 번씩 흘끔 보더니 날 꾸짖는 것 같은 눈빛을 보냈다.
진구 형의 소연이를 향한 찬양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술이 많이 취한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잊을만하면 한 번씩 소연이의 칭찬을 늘어놓았다. 진구 형은 혜림이 누나뿐만 아니라 내 존재까지도 잊고 소연이에게 작업을 거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근데 그럴 때마다 소연이는 날 보며 어깨를 으쓱했고, 지연이 누나를 슬쩍 쳐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한 소연이는 내게 착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물 한 잔, 안주 하나 일일이 놓치지 않고 내게 챙겨달라는 눈치를 보냈고 내 손은 그대로 행했다. 그럴 때마다 지연이 누나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갈라질 것만 같았다.
“언니, 제 동기들이 다 언니 부러워해요. 진원오빠 같은 착한 남자친구가 어디 있냐면서.”
소연이의 말에 지연이 누나의 표정은 억지로나마 미소가 지어지며 약간은 누그러지는 듯 했다.
“어, 그래? 너도 착한 남자친구 있잖아. 너만 바라보는 착한 남자친구!”
소연이는 고개를 돌려 나에게 물어왔다.
“그래? 나만 바라보는 거 맞아?”
이 순간 망설이면 안 된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나는 지체 없이 소연이의 말에 대답했다.
“당연하지. 내가 소연이 말고 누굴 봐?”
어차피 내가 할 대답은 정해진 것이었다. 그렇지만 혹시라도 내가 지연이 누나를 의식하고 대답을 늦게 했다면 두 사람이 화가 났을 것이다. 이로써 화가 난 사람은 지연이 누나 하나뿐일 것이라는 것에 위안을 삼았고, 나는 내 본능에 감사했다.
소연이는 다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러네요, 언니.”
소연이는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잡았다. 그 모습을 본 지연이 누나는 남몰래 한숨을 내뱉으며 분을 삭이는 것처럼 보였다. 지연이 누나가 일단 참고 넘기려는 모습을 보고 안심하려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공격이 들어왔다.
“소연아, 너 윤호 엑스걸프렌즈 얘기 들은 거 있어?”
“네? 아니요.”
“누나, 뭘 그런 걸 물어봐요?”
당황한 나는 얼른 유리누나에게 따지며 넘어가려 했지만 소연이도 그 질문에 궁금했던 모양이다.
“언니는 혹시 들은 거 있으세요?”
“아니, 윤호가 통 얘기를 안 해줘서 너한테는 해줬나 싶어 물어본 거야. 내가 보기엔 쟤가 순진한 척하지만 여자 경험이 엄청 많았을 것 같거든.”
“현재진행형일 수도 있고…….”
유리 누나가 바로 이어서 조용히 읊조렸지만 다행히도 뒤에 한 얘기는 소연이가 듣지 못한 것 같았다.
“그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소연이는 빚 독촉하듯 내게 말했다.
“이렇게 된 거 한 번 털어놔 보시죠.”
“털어놓을 거 없어. 나 네가 처음이야.”
“뻥치지 말고 털어놔요. 지금 말하면 그냥 넘어가줄 테니까.”
“진짜야. 난 여자에 별 관심 없었어.”
유리 누나는 다시 끼어들며 찬물을 끼얹었다.
“소연아, 저런 애를 조심해야 돼. 단속 철저히 하고 틈을 주면 안 돼! 알겠지?”
“네, 언니. 명심할게요.”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한순간, 한순간이 조마조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정말 이럴 거면 차라리 대놓고 다 얘기하라고 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괜한 객기는 큰 위험을 부르는 법이다.
몇 차례의 위험한 발언들이 언뜻언뜻 더 나왔지만 소연이가 알아차린 건 없어보였다. 더 위한한 발언이 나오기 전에 나는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소연이가 갖고 있던 소기의 목적은 이미 달성한 것 같아 나는 조심스레 소연이에게 자리를 빠져나가지 않겠냐고 물어보았고 소연이는 미련 없이 그러자고 했다. 천만 다행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선배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먼저 일어났다. 진구 형이 강하게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가볍게 무시하고 빠져나왔다. 나가는 길에 뒤를 돌아보니 지연이 누나가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소연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지금 이렇게 나온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서워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