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의 사랑 - 7부 1장
7부(진실을 찾아서) 1장
그날 이후 란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우리 친구들과 란의 여자친구들도 만나는 경우가 없었다. 나와 란, 미선과 재운이의 헤이지고 연결고리가 끊어져서, 또 서로 만나기 약간은 껄끄러운 관계가 되어 서로 피했다.
매일 만나듯이 하던 란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처음에는 자유롭고 시원했다. 아픈 이가 빠진 듯 그렇게 시원할 수 없었다. 귀찮기만 하던 여자라는 존재가 사라지니 날아갈 것처럼 상쾌했다.
“그래 내 인생에 여자라는 존재는 거추장스런 존재 일뿐이다.” 난 그때까지 그렇게 생각했다. 여자라는 존재는 단지 거추장스럽고 귀찮고 하잘 것 없는 존재였다. 단지 여자라는 존재는 남자의 성적 환타지에 등장하면 그만이다.
시간이 흘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학교만 다니게 되었다. 넘쳐나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프로그램 작성에 매달렸다. 학교에서 과제로 나온 프로그램 같지도 않은 프로그램은 일지감지 완성해 버리고, 차라리 내가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시중에 나와 있던 간단한 오락 프로그램도 만들어 보고, 머릿속에만 있던 여러 가지 심리테스트, 그리고 여러 가지 점치는 것을 합쳐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학과 아이들과 떠들고 마시고 그전에는 상상도 못할 방탕한(남들에게는 정상으로 보였지만)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녀를 그렇게 지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노력하면 할수록 그녀의 영상은 깊어만 졌다. 길가다가 뒷모습이 비슷한 여자만 봐도 혹시나 싶어 달려가 확인하고 했다. 그녀의 집 근처에서 배회하기도 여러 번, 그리고 혹시나 해서 그녀와 자주 가던 파리공원, 도서관 등을 배회했지만 그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혹시 나도 그녀를 가슴깊이 사랑하고 있었단 말인가? 너무나 가슴 아픈 이 감정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고민도 많이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면 언젠가는 잊겠지.....
10월 어느 날 학교에 축제기간이란 수업이 모두 취소되었다. 아침에 일찍 가서 강의실에 앉아 있으니 동기들이 같이 놀자고 했다. 하지만 그날따라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동기들의 권유를 뿌리치고 집에 갈 마음으로 전절을 탔다.
“다음 역은 구로, 구로 입니다.”
전철의 안내 방송을 듣고 문 듯 수원에 있는 막내누나가 생각났다. 막내 누나는 수원으로 시집가서 살고 있었다. 수원행 전철에 몸을 실고 수원으로 달려갔다. 당시 막내 누나는 시집 간지 얼마 되지 않고 중매로 만나서 결혼한 상태라 목동 집을 많이 그리워했다. 그래서 누나가 시집가고 나도 한두 번 누나 집에 가서 놀기도 했었다.
그날도 생각 없이 누나가 보고 싶어 수원으로 간 것이다. 누나 집에 도착해서 누나와 놀고 있으려니 회사가 끝나고 매형이 왔다. 당시 매형은 삼성전자에 다니고 있었고, 삼성전자가 3교대라 비교적 이른 시간에 집에 온 것이었다.
“어! 처남 왔네. 오랜만에 왔는데 맛있는 거 먹어야지”
“아니 그냥 집에서 먹어요.”
“아니야. 처남도 오고 또 나도 다른 음식도 먹고 싶어”매형은 날 보고 윙크를 했다. 사실 누나가 음식솜씨가 좋은 편은 아니다. 아마도 내가 왔다는 핑계로 매형은 외식하고 싶은 모양이다.
누나 내외와 난 시내에 있는 음식점으로 갔다.
“너. 만나던 여자애 경희대 수원컴퍼스 다닌다고 했지”
한참 음식을 먹고 있는데 누나가 궁금한 듯이 물어왔다. 가족들도 나가 란을 만나고 다니는 것을 알고 있었다.
“헤어 졌어”
“얼마 전에 만난다고 하더니, 왜 싸웠어”
“아니 그냥, 서로 다른 사람 만나라고”
“하이고. 어린것들이 사랑싸움 하나”
“그런 게 아니라. 서로 헤어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허~~ 참내”
“다른 이야기하자”
난 누나가 더 이상 말하기 전에 화재를 바꿔 다른 이야기를 했다. 더 이상 란이에 대해서 얘기해야 놀림감만 될 것 같았다. 누나는 매형과 중매결혼이라 나와 란이 데이트하고 같이 연애를 하는 것을 무척 부러워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매형차로 누나 집으로 가고 있는데 좀 이상했다. 차는 시내를 벗어나 산길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 누나 집에 가는데 이런 산길이 없었는데 생각하고 있는데 차가 멈추었다.
“처남 간만에 왔는데 차비해”
그러면서 매형이 얼마간의 용돈을 주었다.
“머 이렇게 많이 주세요.”
“데이트도 하고 그래. 그리고 내려”
“예. 여기가 어디데요”
“일단 내려”
난 용돈을 받아들고 차에서 내렸다. 이곳에서 매형이 볼일이 있나 싶었다. 내리자마자 차문이 잠겼다. 누나 쪽 차문의 유리창이 내려왔다.
“여기서 저 길로 조금만 가면 경희대야. 한번 만나봐”
“아니 헤어졌다니까?”
“너 마음대로 해. 여긴 외져서 버스도 없어. 우린 간다.”
차는 매정하게 먼지를 날리며 살아져 갔다.
처음 왔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는 모르지만 당시만 해도 경희대수원컴퍼스는 큰길에서 한참 산길을 따라 달려가면 산 밑에 위치하고 있었다. 수원컴퍼스가 만들어진지도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버스도 없고 주위에 상가도 없는 외진 곳 이였다.
시계를 보니 3시가 조금 지났다.
한참을 망설이다 길을 따라 경희대로 향했다. 정문을 들어서자 건물은 보이지 않고 매점이 있고 스쿨버스들이 주차해 있는 주차장이 보였다. 한참을 더 올라가니 건물이 보였다. 하지만 건물이 완공된 것이 아니고 공사 중이였다.
“저 불어불문과 가려면 어디로 가야 되요”
“아! 어학 쪽은 과들은 저쪽 건물에 있어요”
지나던 학생에게 물어보니 한쪽 건물을 알려주었다. 건물 앞 돌로 된 벤치에 앉아 한참을 망설였다. 그녀를 보아야 하나, 아니면 그냥 가야하나. 마음속에 수많은 갈등을 하다 그냥 얼굴만 보고 가자고 마음먹었다. 그냥 멀리서 얼굴만 보고 그냥 가기로 말이다.
마침 건물에서 나오는 학생이 있었다.
“저 불어불문과 가려면 몇 층에 가야 돼요”
“왜요. 누구 찾아왔어요.”
“아. 양란이란 학생 만나려 왔어요”
남학생은 날 한참 물끄러미 쳤다 봤다. 좀 기분 나쁜 눈초리다.
“나도 불문과예요. 그런데 지금 축제기간이라 수업이 없어요. 양란이라면 아마 학생 회의실에 있을 거여요. 부회장으로 행사 진행요원이니까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몇 층이죠.”
“계단 올라가서 4층에 가면 오른쪽으로 가면 있어요.”
건물로 들어가 학생 회의실까지 갔다. 문 앞에서 또 망설여진다. 이 문을 열면 그녀가 있다고 생각하니 쉽게 문을 열수 없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무얼 망설여) 마음을 단단히 먹고 문을 열었다.
“무슨 일로…….”
긴 파마머리의 여자애가 날 보고 물어왔다. 방안을 살펴보니 란의 모습은 없었다.
“양란 만나려 왔어요”
“잠시 만요”
여자애는 다른 사람에게 란의 행방을 물었다. 자신도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란이 선배 작은 운동장에서 발야구 한대요. 건물 뒤편으로 가면 운동장이 보여요.”
“알겠습니다.”
난 인사를 하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건물 뒤편으로 걸어가니 경사진 잔디밭이 있고 그 밑에 운동장이 있었다. 운동장에 발야구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멀리서 보아도 공을 굴리고 있는 애가 란이란 걸 알수 있었다.
운동장으로 가지 않고 잔디밭에 앉았다. 멀리서 란의 모습을 치켜보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칠판을 보니 5회까지 칸이 있는데 3회부터는 숫자가 없었다. 아무래도 3회가 지금 진행 중인 모양 이였다.
멀리서 보는 그녀의 모습은 변한 게 없었다. 3개월 동안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멀리서도 그녀임을 알아보는 나도 대견하지만 그녀도 별로 변했다고 보이지 않았다. 긴 머리를 끈으로 뭉여 넘긴 거 하며, 향상 입은 청바지에 티하며…….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두근두근 뛰던 가슴이 조금씩 진정돼 갔다.
지금 이 자리에 왜 있는 것인가? 누나의 강요에 의해 마지못해 온 것인가? 난 아무런 마음이 없는 것인가? 그렇진 않을 것이다. 내가 마음이 없다면 지금 이곳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내 마음을 속이지 말자. 난보고 싶어 온 것이다.
무슨 면목으로 그녀를 보지. 내가 헤어지자고 해서 헤어지고 이제 와서 무슨 면목으로 그녀를 본단 말인가. 그녀를 보면 고민에 빠져 있었다.
“저 혹시 우리학교 학생이세요”
고민에 빠져 누가 오는지도 모르고 있는데 여자 둘이 내 겉에 와서 물어왔다. 단정한 정장 차림의 두 여자였다.
“아니요.”“혹시 미술전시회 하는데 같이 가지 안으실래요.”
아마도 미술제에 손님이 없어 학생들 사냥하려 다니는 여학생들 같았다.
“아니 관심 없어요.”
차가운 내 말에 여자들은 자기들끼리 머라고 하더니 가 버렸다.
한참을 보고 있었다. 경기상황은 관심이 없었다. 경기가 쉽게 끝나지 않았다. 고민은 깊어지는데 경기는 끝날 줄 몰랐다.
이제 그만 갈까? 그녀에게 얼굴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나? 내만 보고 간다면 너무 이기주의 아닌가? 그녀가 잊어가고 있는데 날 보면 더 힘들어하지 않을까? 그녀를 위해서도 모르는 척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날 이후 란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우리 친구들과 란의 여자친구들도 만나는 경우가 없었다. 나와 란, 미선과 재운이의 헤이지고 연결고리가 끊어져서, 또 서로 만나기 약간은 껄끄러운 관계가 되어 서로 피했다.
매일 만나듯이 하던 란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처음에는 자유롭고 시원했다. 아픈 이가 빠진 듯 그렇게 시원할 수 없었다. 귀찮기만 하던 여자라는 존재가 사라지니 날아갈 것처럼 상쾌했다.
“그래 내 인생에 여자라는 존재는 거추장스런 존재 일뿐이다.” 난 그때까지 그렇게 생각했다. 여자라는 존재는 단지 거추장스럽고 귀찮고 하잘 것 없는 존재였다. 단지 여자라는 존재는 남자의 성적 환타지에 등장하면 그만이다.
시간이 흘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학교만 다니게 되었다. 넘쳐나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프로그램 작성에 매달렸다. 학교에서 과제로 나온 프로그램 같지도 않은 프로그램은 일지감지 완성해 버리고, 차라리 내가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시중에 나와 있던 간단한 오락 프로그램도 만들어 보고, 머릿속에만 있던 여러 가지 심리테스트, 그리고 여러 가지 점치는 것을 합쳐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학과 아이들과 떠들고 마시고 그전에는 상상도 못할 방탕한(남들에게는 정상으로 보였지만)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녀를 그렇게 지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노력하면 할수록 그녀의 영상은 깊어만 졌다. 길가다가 뒷모습이 비슷한 여자만 봐도 혹시나 싶어 달려가 확인하고 했다. 그녀의 집 근처에서 배회하기도 여러 번, 그리고 혹시나 해서 그녀와 자주 가던 파리공원, 도서관 등을 배회했지만 그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혹시 나도 그녀를 가슴깊이 사랑하고 있었단 말인가? 너무나 가슴 아픈 이 감정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고민도 많이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면 언젠가는 잊겠지.....
10월 어느 날 학교에 축제기간이란 수업이 모두 취소되었다. 아침에 일찍 가서 강의실에 앉아 있으니 동기들이 같이 놀자고 했다. 하지만 그날따라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동기들의 권유를 뿌리치고 집에 갈 마음으로 전절을 탔다.
“다음 역은 구로, 구로 입니다.”
전철의 안내 방송을 듣고 문 듯 수원에 있는 막내누나가 생각났다. 막내 누나는 수원으로 시집가서 살고 있었다. 수원행 전철에 몸을 실고 수원으로 달려갔다. 당시 막내 누나는 시집 간지 얼마 되지 않고 중매로 만나서 결혼한 상태라 목동 집을 많이 그리워했다. 그래서 누나가 시집가고 나도 한두 번 누나 집에 가서 놀기도 했었다.
그날도 생각 없이 누나가 보고 싶어 수원으로 간 것이다. 누나 집에 도착해서 누나와 놀고 있으려니 회사가 끝나고 매형이 왔다. 당시 매형은 삼성전자에 다니고 있었고, 삼성전자가 3교대라 비교적 이른 시간에 집에 온 것이었다.
“어! 처남 왔네. 오랜만에 왔는데 맛있는 거 먹어야지”
“아니 그냥 집에서 먹어요.”
“아니야. 처남도 오고 또 나도 다른 음식도 먹고 싶어”매형은 날 보고 윙크를 했다. 사실 누나가 음식솜씨가 좋은 편은 아니다. 아마도 내가 왔다는 핑계로 매형은 외식하고 싶은 모양이다.
누나 내외와 난 시내에 있는 음식점으로 갔다.
“너. 만나던 여자애 경희대 수원컴퍼스 다닌다고 했지”
한참 음식을 먹고 있는데 누나가 궁금한 듯이 물어왔다. 가족들도 나가 란을 만나고 다니는 것을 알고 있었다.
“헤어 졌어”
“얼마 전에 만난다고 하더니, 왜 싸웠어”
“아니 그냥, 서로 다른 사람 만나라고”
“하이고. 어린것들이 사랑싸움 하나”
“그런 게 아니라. 서로 헤어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허~~ 참내”
“다른 이야기하자”
난 누나가 더 이상 말하기 전에 화재를 바꿔 다른 이야기를 했다. 더 이상 란이에 대해서 얘기해야 놀림감만 될 것 같았다. 누나는 매형과 중매결혼이라 나와 란이 데이트하고 같이 연애를 하는 것을 무척 부러워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매형차로 누나 집으로 가고 있는데 좀 이상했다. 차는 시내를 벗어나 산길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 누나 집에 가는데 이런 산길이 없었는데 생각하고 있는데 차가 멈추었다.
“처남 간만에 왔는데 차비해”
그러면서 매형이 얼마간의 용돈을 주었다.
“머 이렇게 많이 주세요.”
“데이트도 하고 그래. 그리고 내려”
“예. 여기가 어디데요”
“일단 내려”
난 용돈을 받아들고 차에서 내렸다. 이곳에서 매형이 볼일이 있나 싶었다. 내리자마자 차문이 잠겼다. 누나 쪽 차문의 유리창이 내려왔다.
“여기서 저 길로 조금만 가면 경희대야. 한번 만나봐”
“아니 헤어졌다니까?”
“너 마음대로 해. 여긴 외져서 버스도 없어. 우린 간다.”
차는 매정하게 먼지를 날리며 살아져 갔다.
처음 왔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는 모르지만 당시만 해도 경희대수원컴퍼스는 큰길에서 한참 산길을 따라 달려가면 산 밑에 위치하고 있었다. 수원컴퍼스가 만들어진지도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버스도 없고 주위에 상가도 없는 외진 곳 이였다.
시계를 보니 3시가 조금 지났다.
한참을 망설이다 길을 따라 경희대로 향했다. 정문을 들어서자 건물은 보이지 않고 매점이 있고 스쿨버스들이 주차해 있는 주차장이 보였다. 한참을 더 올라가니 건물이 보였다. 하지만 건물이 완공된 것이 아니고 공사 중이였다.
“저 불어불문과 가려면 어디로 가야 되요”
“아! 어학 쪽은 과들은 저쪽 건물에 있어요”
지나던 학생에게 물어보니 한쪽 건물을 알려주었다. 건물 앞 돌로 된 벤치에 앉아 한참을 망설였다. 그녀를 보아야 하나, 아니면 그냥 가야하나. 마음속에 수많은 갈등을 하다 그냥 얼굴만 보고 가자고 마음먹었다. 그냥 멀리서 얼굴만 보고 그냥 가기로 말이다.
마침 건물에서 나오는 학생이 있었다.
“저 불어불문과 가려면 몇 층에 가야 돼요”
“왜요. 누구 찾아왔어요.”
“아. 양란이란 학생 만나려 왔어요”
남학생은 날 한참 물끄러미 쳤다 봤다. 좀 기분 나쁜 눈초리다.
“나도 불문과예요. 그런데 지금 축제기간이라 수업이 없어요. 양란이라면 아마 학생 회의실에 있을 거여요. 부회장으로 행사 진행요원이니까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몇 층이죠.”
“계단 올라가서 4층에 가면 오른쪽으로 가면 있어요.”
건물로 들어가 학생 회의실까지 갔다. 문 앞에서 또 망설여진다. 이 문을 열면 그녀가 있다고 생각하니 쉽게 문을 열수 없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무얼 망설여) 마음을 단단히 먹고 문을 열었다.
“무슨 일로…….”
긴 파마머리의 여자애가 날 보고 물어왔다. 방안을 살펴보니 란의 모습은 없었다.
“양란 만나려 왔어요”
“잠시 만요”
여자애는 다른 사람에게 란의 행방을 물었다. 자신도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란이 선배 작은 운동장에서 발야구 한대요. 건물 뒤편으로 가면 운동장이 보여요.”
“알겠습니다.”
난 인사를 하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건물 뒤편으로 걸어가니 경사진 잔디밭이 있고 그 밑에 운동장이 있었다. 운동장에 발야구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멀리서 보아도 공을 굴리고 있는 애가 란이란 걸 알수 있었다.
운동장으로 가지 않고 잔디밭에 앉았다. 멀리서 란의 모습을 치켜보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칠판을 보니 5회까지 칸이 있는데 3회부터는 숫자가 없었다. 아무래도 3회가 지금 진행 중인 모양 이였다.
멀리서 보는 그녀의 모습은 변한 게 없었다. 3개월 동안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멀리서도 그녀임을 알아보는 나도 대견하지만 그녀도 별로 변했다고 보이지 않았다. 긴 머리를 끈으로 뭉여 넘긴 거 하며, 향상 입은 청바지에 티하며…….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두근두근 뛰던 가슴이 조금씩 진정돼 갔다.
지금 이 자리에 왜 있는 것인가? 누나의 강요에 의해 마지못해 온 것인가? 난 아무런 마음이 없는 것인가? 그렇진 않을 것이다. 내가 마음이 없다면 지금 이곳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내 마음을 속이지 말자. 난보고 싶어 온 것이다.
무슨 면목으로 그녀를 보지. 내가 헤어지자고 해서 헤어지고 이제 와서 무슨 면목으로 그녀를 본단 말인가. 그녀를 보면 고민에 빠져 있었다.
“저 혹시 우리학교 학생이세요”
고민에 빠져 누가 오는지도 모르고 있는데 여자 둘이 내 겉에 와서 물어왔다. 단정한 정장 차림의 두 여자였다.
“아니요.”“혹시 미술전시회 하는데 같이 가지 안으실래요.”
아마도 미술제에 손님이 없어 학생들 사냥하려 다니는 여학생들 같았다.
“아니 관심 없어요.”
차가운 내 말에 여자들은 자기들끼리 머라고 하더니 가 버렸다.
한참을 보고 있었다. 경기상황은 관심이 없었다. 경기가 쉽게 끝나지 않았다. 고민은 깊어지는데 경기는 끝날 줄 몰랐다.
이제 그만 갈까? 그녀에게 얼굴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나? 내만 보고 간다면 너무 이기주의 아닌가? 그녀가 잊어가고 있는데 날 보면 더 힘들어하지 않을까? 그녀를 위해서도 모르는 척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