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식] [real BDSM] 페티시를 논해보자 - 나의 페티시와 BDSM   - 딸타임

[real BDSM] 페티시를 논해보자 - 나의 페티시와 BDSM  

[real BDSM] 페티시를 논해보자 - 나의 페티시와 BDSM              이미지 #1
SM과 페티시가 혼융된 이미지
 
이번에는 내 이야기를 한번 해 볼까 한다. 이미 지난주까지 펨돔에 관한 잡설 <준비된 주인장>시리즈를 연재하면서 페티시와 펨돔의 관계를 이야기한 바 있다. 페티시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번 더 깊게 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 사실 깊게 들어간다기보다는 나의 페티시즘에 관한 이야기다. 내 개인적인 취향이나 판타지를 통해 페티시뿐만 아니라 페티시와 BDSM의 관계도, 조금이나마 건드려볼까 한다. 페티시가 언제나 BDSM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둘은 종종 엮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나 스스로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이며, 좀 거창하게 말하면 자기고백 정도가 되겠다. 무언가를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니 그저 편하게 읽어주셨으면 한다.
 
 
ㅣ페티시, 갖고들 계시나?
 
여러분, 혹시 페티시 하나씩 갖고들 계신가? 페티시란 [특정 사물 및 신체부위에 대한 과도한 집착 및 숭배] 정도의 의미라는 것, 많이들 알고 계실 것이다. 또한 성적이지 않은 것이 성적인 감정 및 흥분과 연관된다는 점에서 규정하기 어려운 심리상태라는 것도, 역시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터. 혹 이런 개념을 모르거나, 사전적인 문구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도 페티시, 라고 하면 어떤 것을 뜻하는지 무척 명확히 감 잡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난 여자의 종아리가 미칠 듯이 좋아] 라고 말하는 남자, 빨랫줄에 널린 이웃집 누나의 속옷에 자위를 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정도로 흥분하는 남자라던가, 남자의 팔뚝에 불끈 불거져 나온 핏줄을 보고 곧바로 성적인 환상에 빠져드는 여자라면(내 팔엔 핏줄을 피부 표면으로 밀어낼 만큼의 근육이 없기 때문에 여자들로부터 님자의 핏줄에 대한 고백을 들을 때마다 나는 조금씩 우울해진다.), 이들에겐 확실히 페티시가 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페티시는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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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변태의 행복한 최후
 
즉 페티시의 기준이 어디서부터냐, 하는 것이 명확하지가 않다. 예를 들어 여자의 발에 흥분하는 남자들은 많다. 남자의 핏줄에 열광하는 여자들도 많다. 이들을 모두 페티시즘에 사로잡혔다거나 변태인 사람들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리고 페티시를 가진 이들이라 하더라도, 그들이 꼭 변태라고 불려야 할 이유도 딱히 없다. 사실 어떤 기준으로는 모든, 더 안전하게 말하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의 페티시는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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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문제 하나. 이 사진을 보고 당신이 느끼는 것은?

단순히 여자의 가슴과 음부가 궁금한 것을 넘어 시선이 두 발에 꽂힌다면, 그래서 성적으로 흥분한다면 당신도 페티시가 있는 남자. 물론 이 정도는 지극히 정상적인 페티시다. 혹시 여성인데도 두 발에 설렌다면 그것은 확실한 페티시. 레즈비언과는 다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 한 가지. 여자의 미적 기준을 가슴의 크기로 판단하는 남자라던가, 남자의 불룩한 사타구니를 즐겁게 보는 여자의 취향은 페티시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유방과 성기는 명백히 성적인 신체부위이기-혹은 그런 것으로 통용되기- 때문이다. 페티시란 좀 더 간접적이고 우회적이다. 예를 들어 여자가 한 번 입고 버린 팬티-익히 알다시피 일본에서는 이런 아이템을 광적으로 구매하는 녀석들이 있다.-는 비록 성적인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분명히 그녀의 가장 은밀한 구석과 맞닿은 전력이 있는 물건이지만, 그래도 남자가 팬티와 섹스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한다 하더라도 그저 괴상한 자위일 뿐이다.). 그러므로 팬티에 대한 집착은 페티시 당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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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티시의 No.1 아이템, 그물스타킹과 하이힐
 
어쨌든 내가 갖고 있는 페티시를 이야기해보자. 다행스럽게도 나는 팬티 같은 물건엔 페티시가 없어서, 그런 아이템을 구하기 위해 돈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대신 나는 여자의 발을 사랑한다(내가 무슨 전기톱 연쇄살인마도 아니고, 사람의 발을 수집할 수는 없지 않나.). 내 성적 관점에서 발은 아름답고 아찔하며,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아득한 녀석...이 아니라 아가씨들이다(창조력 및 문장력 고갈의 시기이니 이해 바란다. 내가 써놓고도 구역질이 나오려고 한다.). 많은 남자들이 스타킹, 특히 그물스타킹과 하이힐 따위에 열광하지만 나는 맨다리와 맨발을 더 좋아한다. 물론 하이힐은 나도 좋지만. 그러나 역시 맨발 마니아인 나답게, 발가락이 노출되는 샌들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여름에 지하철을 타는 것은 다른 계절보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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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것!
 
나는 얼마 전 새로운 신천지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무용극이다. 나름 네임밸류가 있는 댄서인 동생의 여자 친구가 게스트로 출연하는 현대무용극의 공짜 티켓 두 장을 얻어온 동생은, 나머지 한 장을 소비할 인물로 자신의 가장 근처에 서식하는 녀석인 나를 낙점했다. 남자형제끼리 공연 관람이라... 어쩐지 우울하지만 호기심 반, 귀찮음 반으로 투덜거리며 동생을 따라나섰다. 대학로 소극장은, 소극장이라는 말답게 굉장히 작았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맨 앞줄 가운데에 자리를 잡게 된 우리는 바로 앞에서 공연을 펼치는 출연자들의 땀방울과 숨소리까지도 모두 관찰할 수 있었다.
 
... 그리고 발도 말이다. 여자무용수들이 차례대로, 혹은 함께 쏟아져 나와 춤출 때마다 함께 춤추고, 접히고, 펴지는 그 흰 맨발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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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자태
 
나는 거의 그 발들이 깡충거리며 뛰어다니는 바닥만 눈을 내리깔고 보는 통에 동생으로부터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식한 감성은 둘째 치고, 맨 앞줄에 앉은 주제에 꾸벅꾸벅 졸면서 힘들게 공연하는 분들 민망하게 하는 후안무치한 인간]이라는 꽤나 무시무시한 핀잔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장담컨대, 나는 아마 그곳에서 가장 공연에 집중한 관객이라 자부한다. 이 변태자식이 발을 앞에 두고 졸 리가 있겠는가.(동생 녀석은 저 말을 하고 약 10분 정도 후에 대책 없이 졸았다.
 
공연 중에, 동생의 애인이 남자 출연자와 엉키는-성적인 것을 암시하는- 장면이 있었다. 성적 수위는 없었지만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했다. 심각해진 동생은 내게 진지하게 귓속말을 전했다.
- 저 새끼 까야겠는데.
 
미안하다 동생아. 나는 네 여자 친구의 발을 보고 있었는데...
 
그렇다고 내 머리가 그녀와의 성적인 환상까지 만들어버린 것은 아니므로, 조금만 욕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사실 생각해보면 나는 참 많은 페티시를 가지고 있다. 여자의 목선, 쇄골, 희고 가는 발목에 어렴풋이 드러나 있는 푸른 실핏줄, 목에 타이트하게 감겨 있는 금속제의 목걸이라든가(노예목걸이를 연상시켜서겠지만), 발찌, 귀고리, 배꼽 피어싱 등등. 이런 것들은 많은 남자들에게 공통적인 거겠지만, 나는 페티시라 부르기 충분할 정도로 크게 흥분한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질 법도 하다.
 
대체 네 시야에 꼴리는 게 들어가 있지 않을 적이 있기는 하냐? 넌 그러면, 길거리를 다니면 온통 흥분해서 다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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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티시의 대표적인 단골손님 둘, 카터벨트와 코르셋
 
굉장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대체로 답은 yes다. SM에서도 내 가슴을 방망이질시키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변태라서 사실 좀 걱정될 때도 있다. 필독, 현실계에서 너란 녀석에게 만족이란 게 있을 수 있겠냐?, 하는 걱정 말이다. 어쨌든 나는 그날 내 눈앞에 펼쳐진 여성들의 발에 흥분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흥분이라기보다는 아주 만족스러운 감상이었다. 마치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탐욕스러울 정도로 집중해 감상하는 서예가의 그것처럼.
 
세상에 여성의 맨발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는 많다. 왜 나는 그날 그토록 흥분했을까? 내가 알고 있는 답-내가 ‘자기객관화’란 것이 어느 정도 되어 있는 녀석이라면, 이 답은 얼추 맞을 것이다.-은 이렇다. : 내가 SMer, 변태, 멜돔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이 이야기를 해보자.
 
 
ㅣ페티시와 가학, 내 마음 속의 연결고리
 
나는 상당수의 남자들처럼 발을 좋아한다. 그런데 스타킹을 신은 매끄럽고 우아한 발보다는, 보다 특정하고 기묘한 상황에 처해 있는 발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서 어떤 미부인(美婦人)이 남의 가정집을 방문해서 다소곳이 앉아 있다고 하자. 치마를 입은 그녀는 허벅지 안쪽과 속살을 숨기기 위한, 그리고 예의를 지키기 위한 관습적인 자세로 교자상 앞에 앉는다. 그러니까 두 다리를 꼭 붙이고 갈지자(之)를 만들어 앉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두 다리는 비록 불편하지만 얌전하게 맞닿은 상태로, 그리고 힘이 들어간 발가락들이 서로 꼭 붙어 있는 귀여운 모습으로, 조용히 모아져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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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자세. 조금만 더 불편하게 앉아줘...
 
이런 힘든 자세-이런 자세를 취하게끔 만드는 한국의 사회관습과 주거환경 따위-에 불만을 가진 여자들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이 자세를 보는 것이 무척 즐겁다. 왜일까? 발 자체도 좋지만, 그 발이 사회적 관습이라든가, 예의라든가, 혹은 그 발의 주인이 갖고 있는 조심스러움과 같은 일종의 ‘틀’에 구속된 상태로-이것도 넓은 의미로는 반디지의 일종이 되려나?- 유지되는 것이 즐거운 것이다. 어떤 기운에 눌려 컴팩트하게 위축되어 있다, 랄까? 말하자면 이런 것에서 나는 일종의 ‘억압’을 느낀다. 실제로 나는 여성과의 SM 플레이나 섹스 중에 두 발을 모으라고 명령하거나 요구할 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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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주어 모여 있는 두 발
이 억압은 내가 당하고 경험하는 억압이 아니라 타인, 특히 나의 잠재적인 성적 대상이 되는 여성을 향하는 억압인 것이고, 나는 비겁하게도 이런 타인의 상황을 통해 스스로를 위한 정신적인 유희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첨언을 하자면, 같은 상황에서라면 작고 귀여운 발일수록 더 나를 흥분시킨다. 내가 동생과 함께 관람-나의 경우엔 관람이 아니라 ‘관음’이겠지만-한 무용극에서, 내가 그토록 설렜던 이유는 그녀들의 발이 취하고 있는 ‘동작’과 ‘모양새’ 때문이었을 것이다.
 
발레나 무용을 하는 사람들의 동작에는 확실한 공통점이 있다. 춤의 기초적인 매뉴얼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중에 중요한 것 하나가 발이다. 댄서-힙합이나 브레이크가 아니라 비교적 전통을 답습하는 춤이라면-들은 오랜 훈련을 통해 거의 무의식적으로, 아니면 힘들지만 억지로, 공연이나 연습 중에 되도록 발등을 곧게 펴고 발가락을 앙다물듯이 꼭 모은 채 춤추고 연기한다. 이 상태가 아니더라도 정해진 동작, 선, 자세를 유지한다. 이 역시 그렇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발을 더 아름다운 상태(내 변태적 기준에서는)로 만들어주는 억압이나 구속이 아닐까? 그것이 비록 나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관념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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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가의 [무희들]. 훈련을 통해 정형화된 저 자세를 보라.
 
춤추는 여자들의 발은 아름답지 않다. 발이 만들어내는 선은 몸동작 전체를 우아하게 꾸며주는 데 일조하지만, 발만 놓고 보면 우아함이나 화려함 따위와는 거리가 멀다. 가정집 방바닥보다는 더러운 공연장 바닥을 쓸고 다니느라 발바닥은 까맣게 되어 있고, 그마저도 온통 주름이 잡혀 있다. 몸무게를 지탱하며 춤추는 신체에 봉사하느라 상처도 많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 발들은 어떤 목적-미적인 것-을 위해 사용되고, 심지어는 학대당한다고 표현될 수도 있는 선량하고 불쌍한 생명체다. 발은 가냘프고 가엾은 노예다. 혹 딱 발만큼 작은 여자 요정일지도 모르겠다. 여성 댄서의 발은 상처 많고 투박하지만 나의 성적인 상상력을 더욱 자극시키며, 내 멋대로 지어내는 판타지 속에서 그녀의 구속되고, 낮고, 강요된 처지를 설명해주는 매개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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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당하는 발
 
대략 이것이, 내가 나름대로 생각하고 결론을 내려 본 <나의 발 페티시에 대한 소고(小考)>다. 소고라고 하니 꽤 고상해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나는 변태다, 라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생각해보면 나는 무용이나 발레를 하는 여성들의 외모를 좋아했다. 그래서 그런지 오랜 시간 춤을 배웠거나 직업적으로 춤을 추는 여성들을 신기할 정도로 잘 판별해내곤 한다. 이 여성들은 앉아 있건, 걷고 있건, 쇼핑 카트를 끌고 있건 훈련되고 정제된 우아함 속에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을 정도만큼 찰랑거리며 ‘갇혀 있다.’ 이를테면 A자로 똑 떨어지는 어깨, 목부터 골반까지 쭉 뻗은 등, 당당하게 솟아 있는 가슴(자세를 말한다.),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을 듯한 사박사박한 걸음걸이 등. 츄리닝에 슬리퍼를 신어도 아름답다. 무릎과 발등에 반창고가 붙어 있으면 더 섹시하겠지. - 이 변태새끼 같으니.
 
여하튼 이렇게 나의 페티시와 SM적 환상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아 보았다. 개인적인 심리를 통한 접근이지만 아무래도 SM과 페티시는 비록 특정한 경우에 한해서일지라도 종종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다. 여러분들도 나름의 페티시가 있을 것이다. 변태적인 의미의 본격 페티시즘이든, 넒은 의미의 가벼운 페티시즘이든 말이다. 그렇다고 여러분이 변태인 것은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SMer들도 단순한 섹스 자체에 대한 욕구가 있듯이 역시 페티시의 욕구가 있고, 이런 심리적인 요소들이 함께 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단 나의 경우에는, 확실히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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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인지 쾌감인지 모를 자극에 의해 움츠려 있는 오른발.
(바로 저것이 필독의 발기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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