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에 눈이 먼 커플
때는 약 10년 전 일요일 오후 3시
느긋하게 당직실에서 졸고 있는데 응급실에서 연락이 왔다.일요일은 좀 쉬어 줘야 하는 타이밍인데 휴식을 망쳐버린 인턴 녀석과 환자가 원망스럽기만 하지만 졸린 눈을 비비며 응급실에 도착했다.
“인턴선생. 무슨 환자야?”
“네 저기 고등학생이 비뇨기과 보고 싶다고 왔다는데요”
“아니 무슨 환자인지도 파악 안하고 콜했단 말이야? 이런 XX"
"죄송합니다. 근데 저희한테는 말을 안하고 무조건 비뇨기과 선생님만 불러달라네요“
“에잇. 그럼 저기 구석방으로 오라 그래”
“네”
조금 뒤 응급실 구석의 물품창고 비슷한 간이 공간에 환자와 면담을 할 수 있었다.
“그래 어디가 안 좋아서 왔어요?”
퉁명스럽게 물었다. 휴일을 망친 녀석에게 말이 좋게 나올 리가 없다.
“저기.....뭘 좀 넣었는데요.......”
“네?. 뭘 넣었다구요?”
“네...여기 아래에...”
멀쩡하게 생긴 놈이 제대로 말을 못한다.
“정확히 말해봐요. 뭘 어디에다 넣었다는 말이죠?”
“네...철사를 여기... 오줌 나오는 데에 넣었는데.....요. 쑥 들어가버려서 안 나와서요....”
헐....야 이 미친놈아! 라는 말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왔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허...들어간 게 언제에요? 소변은 나와요? 피가 나올 텐데.....”
“한 시간쯤 전이구요... 소변은 아직 안 봤어요...”
“근데...본인이 넣었어요? 이거 넣을 때 아팠을 텐데..”
“내가 넣은 게 아니고....저기....”
그 학생이 가리킨 곳에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머뭇 거리고 있었다. 안 그래도 아까 전부터 졸졸 따라오는 게 보호자인가 했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그 보호자란 여자는 동네에서 알고 지내는 누나인데 평소 친하게 지내다가 어느 순간 둘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버렸다고 했다. 한동안 서로의 육체를 탐닉했는데 특히나 이 누나란 사람이 주도적을 여러 행위를 했었다고 한다. 근데 하루는 어디서 요도 자극하면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남자애의 기분을 좋게 해준다고 철사를 구해서 남자애 요도에 넣었다 빼고 했는데 남자 요도가 길이가 길다보니 더 깊숙이 자극을 한다는 게 그만 쑥 들어가 버린 것이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요도를 따라서 방광 입구까지 예쁘게 들어가 있는 철사가 보였다. 철사의 경우 요도를 찌르거나 혹시나 방광을 찌를 경우 손상의 정도에 따라 수술을 해야 할 경우도 있고 제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들어간 물질은 무조건 빼내야 하므로 여러 선생들이 모여 상의 해보니 방법은 내시경 아니면 개복수술 밖에 없었다.
일단 방광내시경으로 제거를 시도해보지만 안되면 개복수술을 해야 된다고 보호자를 부르라니 절대로 못 부르겠다고 한다. 본인도 많이 부끄럽지만 철사를 넣은 동네 누나도 다 아는 처지라 보호자를 볼 면목이 없다고 했다. 다행히 방광내시경으로 철사는 잘 제거 되었고 레지던트들은 이런 건 남겨야 된다고 철사 사진을 잔뜩 찍어 놨다.
치료가 끝나고 누나란 사람은 그래도 미안한지 치료비는 본인이 다 냈다. 우리는 "이번에는 운 좋게 간단한 처치로 치료가 끝났지만 앞으로 절대 그런 짓 하지 마라” 고 경고를 했고 둘은 다정하게(?) 병원을 떠났다. 이후 궁금한 마음에 여기저기 찾아보니 요도를 건드릴 경우에도 자극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가 있긴 했지만 근거는 없었다. 오히려 요도손상을 입을 경우 평생 치료 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앞으로는 그 커플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서로를 탐닉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