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첫 섹스
영화 <라임라이프> 중
두 번째 이야기, 두근두근(?) 첫 섹스
그러니까 제가 제 나이 스물 세 살이 되어서야 콘돔도 발기된 남자의 성기도 봤다고 해서 첫 섹스가 스물 세 살은 아니라고 했었죠? 어쨌든 첫 섹스는 나이 열 여덟살 호기심 가득한 소녀일 때 했어요. 불이 모두 꺼져 깜깜한 방 안에 나란히 누워서 손을 맞잡았다가 뽀뽀를 했다가 혀를 집어 넣었다가. 그렇게 나도 모르게 가슴이 벌렁벌렁해져서 이게 대체 무슨 느낌인지 모르겠는데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찌릿찌릿하고 안 그래도 컴컴했는데 눈 앞은 더 감감해지고.
나이에 비해 연애 경험이 많았다고 자부했던 저였지만 막상 ‘큰 일’이 닥칠 거 같으니까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구요. 저만큼 연애 경험이 많았던 동갑내기의 그 아이도 섹스는 처음이어서 허둥대는 것이 눈에 빤히 보일 정도였어요. 그만큼 순진하고 어리석었던 시절이었죠.
“한 번, 할래?”
천 만 번의 망설임 끝에 그 아이가 먼저 말을 꺼냈어요. 어둠 속에서도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 그 아이의 눈빛이 어쩐지 내 속살을 다 벗겨본 거 같아서 눈을 꼭 감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렇게, 첫 섹스를 했어요. 나도, 그 아이도 ‘아무 것도 모른 채’로.
둘 다 첫 경험이기도 했고, 둘 다 콘돔을 입에 올리기에는 너무 쑥쓰러웠던 나이였어요. 그 아이의 의중이야 지금도 모르겠지만, 저는 피임이 걱정되긴 했어요. 어쨌거나 임신은 현실이었고, 나에게 또한 그런 문제가 닥칠 수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때에는 그런 걱정 보다도 내 입으로 콘돔이니 피임이니를 꺼내어 놓는 것이 더 어려웠기 때문에 입을 꾹, 다물고 말았어요. 한 편으로는 이 남자가 나를 정말로 사랑한다면 임신이 안 될 수 있게 ‘잘 조절’ 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이 있기도 했죠. 혹시 만약에 만의 하나의 경우에 덜컥 임신이 되어 버려도, 이 새끼가 나 책임 지겠지?
그렇게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해 버린 것이 첫 섹스였어요.
그렇게 첫 섹스를 하는 동안에도 저는 발기된 남자의 성기를 보지 못했어요. 어두웠다는 핑계도 있고 손에 닿는 감촉이 너무 징그러워서 차마 보지 못했던 것도 이유가 되었죠.
성기 결합도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지 못했어요. 글자로 배웠던 섹스는 ‘발기된 남자의 성기가 촉촉한 여성의 성기에 들어간다’와 같은 적나라한 표현이 아니었어요. 그 때까지 알고 있던 섹스는 ‘남성과 여성의 성기가 결합한다’에 그쳤던 섹스였는데 그러니까 어떻게 결합한다고? 뭐가 어디에 어떻게 되야 섹스인건데?
그 의문이 한 순간에 풀렸고, 내 몸에 있던 성기가 정말로 어디에 있는지 알게되는 순간이었어요.
로맨틱한 분위기는 그다지 없었던 것 같네요. 땀을 뻘뻘 흘리며 허리를 앞뒤로 흔드는 그 아이의 모습은 야동에서 보았던 남자의 뒷모습과 겹쳐서 썩 좋은 느낌이 들지도 않았구요, 충분히 흥분되지 않은 상태였는지 몰라도 굉장히 아팠던 것만 떠올라요.
아 그래, 첫 섹스는 아프다고 하는 게 이거구나. 열심히 허리를 흔드는 그 아이의 밑에서 저는 그렇게 다른 생각을 하느라 바빴을 뿐이었죠.
그렇게 첫 섹스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엄마 얼굴을 아무렇지 않게 맞닥뜨리는 일은 또 하나의 난관이었어요. 아파서 어기적거리는 내 걸음걸이가 부자유스럽진 않을까? 설마, 내가 오늘 섹스를 했다는 것을 엄마가 알아 차리지는 않았을까? 엉망인 성적표를 숨기고 있었을 때보다도 더 살이 떨렸지만, 첫 섹스의 경험은 숨겨둔 성적표처럼 나중에라도 엄마에게 꺼내어 보여줄 수 없었어요.
부끄러웠기 때문이에요.
저에게 섹스란, 그런 것이었어요. 아프고, 또 부끄러운 것.
물론 지금은 또 다르지만요.
첫 섹스를 했을 때에, 그 때에 여러분들에게 섹스란 어떤 것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