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별로던데?
나는 머리를 짧게 잘라도 전혀 두렵지 않다. 짧은 머리가 어울리기도 하고 또한 야한 생각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내 머릿속은 도화지 같아서 내가 원하는 것은 내 마음대로 그려낼 수가 있다. 처음 보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상상. 007의 제임스 본드가 만난 지 불과 몇 시간밖에 안 된 본드걸과 호텔방을 방앗간으로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상상으로만 생각하던 일이 내 인생에서 일어났다.
그녀와 나는 어플에서 만났다. 그녀는 자유로운 여자였다. 얼마나 자유로웠냐면 섹스와 관련한 말들로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관심사가 비슷한 그녀에게 당연히 호감이 생겼다. 오랜 기간 동안 솔로로 지내온 세월, 이제 보상받겠구나 하는 마음에 만남을 권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행의 목적으로 대만에 있었고, 우리는 좀 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시간은 호감마저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야릇함이 반복되니 그 참신함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옷을 벗은 여자보다 란제리를 걸치고 있는 여자가 더 섹시해 보이는 것처럼 너무 노골적으로 섹스에 관한 말을 하는 그녀에게서 싫증이 나고 있었다. 며칠 정도 연락을 더 하다가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주고받지 않았다. 섹드립이 없어도 시간은 잘 흘렀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한 달 뒤, 잊고 있던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제 한국에 왔다나. 그래서 우리는 만나기로 했다. 만나기 전까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야시시한 얘기를 했다. 물론 공개하기는 곤란한 말들이지만.
평일 오후 6시쯤. 우리는 드디어 만났다. 화장술과 사진기술의 융합으로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여자들과는 다르게 그녀는 사진과의 싱크로율이 꽤 높은 편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식사를 하고 카페에서 대화를 했다. 10시가 지나지 않은 것을 감안해서 카페에서는 야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어디 신성한 갈색 조명이 드는 공공장소에서 그런 말들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카페에서 한다는 얘기들을 했다. 오히려 야한 얘기들을 할 때보다 더 많은 호감이 생긴 것 같았다.
그 날은 그렇게 헤어지고 당연하게도 두 번째 만남을 약속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새벽 시간에 그녀가 날 집으로 초대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당황했지만 속으로 생각했다. 드디어 내가 생각하던 일이 일어나는 건가? 그런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 나는 아침 일찍 가겠다고 답했다. 그녀도 새벽쯤에 집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아참, 그녀는 자취를 했다. 이 정도면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저번에 친구 따라 가서 사놓고 쓰지는 못했던 오카모X CD를 지갑에 꽂아 넣고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늦게까지 대화를 하느라 2시간 정도 잔 상황이라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스피드를 사랑하는 친구 녀석 예식 사회를 봐주고 받은 비싼 향수까지 뿌려가면서 단장을 했다. 옷은 벗으면 끝이지만 향은 끝까지 남는다나?
그녀의 자취방에 입방. 그녀와 나는 쑥스러운 웃음을 짓다가 이내 서로의 몸을 만지면서 어른들만이 할 수 있는 놀이를 시작했다. 근데 도무지 이상한 게 흥분이 되질 않았다. 고급 패시브 스킬을 다량 보유하고 있던 그녀였는데, 이상하게도 교감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사정을 하긴 했지만 대단히 불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자위 후 느끼는 현자타임 같았다.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고나 할까. 그것을 끝내고 가만히 누워 있는데 공허감은 더 커져만 갔다. 분명히 호감도 있고 잘해 볼 생각도 있었는데 육체적 관계를 가진 후에 그런 감정들이 싹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게 속궁합이라는 걸까? 나는 누워서 별에 별 생각을 다 하다가 나중에 일어난 그녀에게 잘 있으라는 말을 남기고 문을 나섰다.
나는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 없는 사생활을 남들에게 얘기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데, 이번만은 예외였다. 한 살 많은 형을 불러 내 경험과 그로 인해 느낀 감정들을 풀어놓았다. 그러니 그 형은 ‘처음이라서 그런 거야.’라는 말을 했다. 친구들도 같은 말을 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지 않다는 생각만이 맴돌았다. 괜히 좋은 친구 하나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좀 더 연락을 하고 소소한 일상을 즐기면서 시간을 좀 더 갖다가 그것에 빠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합의 하에 하는 섹스는 얼마든지 찬성이지만 역시 정신적 교감 없는 육체적 쾌락은 단순한 육체놀음에 불과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낯선 여자와의 동침. 생각보다 별로였다. 이런 경험은 침대 위에서 머릿속으로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당신이 섹스에 관해 생각하는 것들 중에 몇 가지는 별로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법이 제한하는 범위 안에서 당신의 상상력을 실제로 만들어보길 바란다. 섹스에 관한 이런 경험들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고 믿는다. 내가 낯선 사람과의 섹스를 별로라고 여기는 것처럼 말이다. 섹스를 싫어한다는 건 절대 아니다. 아무튼 제임스 본드는 이제 부러움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걸로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그녀와 나는 어플에서 만났다. 그녀는 자유로운 여자였다. 얼마나 자유로웠냐면 섹스와 관련한 말들로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관심사가 비슷한 그녀에게 당연히 호감이 생겼다. 오랜 기간 동안 솔로로 지내온 세월, 이제 보상받겠구나 하는 마음에 만남을 권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행의 목적으로 대만에 있었고, 우리는 좀 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시간은 호감마저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야릇함이 반복되니 그 참신함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옷을 벗은 여자보다 란제리를 걸치고 있는 여자가 더 섹시해 보이는 것처럼 너무 노골적으로 섹스에 관한 말을 하는 그녀에게서 싫증이 나고 있었다. 며칠 정도 연락을 더 하다가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주고받지 않았다. 섹드립이 없어도 시간은 잘 흘렀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한 달 뒤, 잊고 있던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제 한국에 왔다나. 그래서 우리는 만나기로 했다. 만나기 전까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야시시한 얘기를 했다. 물론 공개하기는 곤란한 말들이지만.
평일 오후 6시쯤. 우리는 드디어 만났다. 화장술과 사진기술의 융합으로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여자들과는 다르게 그녀는 사진과의 싱크로율이 꽤 높은 편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식사를 하고 카페에서 대화를 했다. 10시가 지나지 않은 것을 감안해서 카페에서는 야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어디 신성한 갈색 조명이 드는 공공장소에서 그런 말들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카페에서 한다는 얘기들을 했다. 오히려 야한 얘기들을 할 때보다 더 많은 호감이 생긴 것 같았다.
그 날은 그렇게 헤어지고 당연하게도 두 번째 만남을 약속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새벽 시간에 그녀가 날 집으로 초대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당황했지만 속으로 생각했다. 드디어 내가 생각하던 일이 일어나는 건가? 그런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 나는 아침 일찍 가겠다고 답했다. 그녀도 새벽쯤에 집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아참, 그녀는 자취를 했다. 이 정도면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저번에 친구 따라 가서 사놓고 쓰지는 못했던 오카모X CD를 지갑에 꽂아 넣고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늦게까지 대화를 하느라 2시간 정도 잔 상황이라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스피드를 사랑하는 친구 녀석 예식 사회를 봐주고 받은 비싼 향수까지 뿌려가면서 단장을 했다. 옷은 벗으면 끝이지만 향은 끝까지 남는다나?
그녀의 자취방에 입방. 그녀와 나는 쑥스러운 웃음을 짓다가 이내 서로의 몸을 만지면서 어른들만이 할 수 있는 놀이를 시작했다. 근데 도무지 이상한 게 흥분이 되질 않았다. 고급 패시브 스킬을 다량 보유하고 있던 그녀였는데, 이상하게도 교감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사정을 하긴 했지만 대단히 불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자위 후 느끼는 현자타임 같았다.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고나 할까. 그것을 끝내고 가만히 누워 있는데 공허감은 더 커져만 갔다. 분명히 호감도 있고 잘해 볼 생각도 있었는데 육체적 관계를 가진 후에 그런 감정들이 싹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게 속궁합이라는 걸까? 나는 누워서 별에 별 생각을 다 하다가 나중에 일어난 그녀에게 잘 있으라는 말을 남기고 문을 나섰다.
나는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 없는 사생활을 남들에게 얘기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데, 이번만은 예외였다. 한 살 많은 형을 불러 내 경험과 그로 인해 느낀 감정들을 풀어놓았다. 그러니 그 형은 ‘처음이라서 그런 거야.’라는 말을 했다. 친구들도 같은 말을 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지 않다는 생각만이 맴돌았다. 괜히 좋은 친구 하나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좀 더 연락을 하고 소소한 일상을 즐기면서 시간을 좀 더 갖다가 그것에 빠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합의 하에 하는 섹스는 얼마든지 찬성이지만 역시 정신적 교감 없는 육체적 쾌락은 단순한 육체놀음에 불과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낯선 여자와의 동침. 생각보다 별로였다. 이런 경험은 침대 위에서 머릿속으로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당신이 섹스에 관해 생각하는 것들 중에 몇 가지는 별로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법이 제한하는 범위 안에서 당신의 상상력을 실제로 만들어보길 바란다. 섹스에 관한 이런 경험들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고 믿는다. 내가 낯선 사람과의 섹스를 별로라고 여기는 것처럼 말이다. 섹스를 싫어한다는 건 절대 아니다. 아무튼 제임스 본드는 이제 부러움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걸로 마무리를 지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