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土닉 러브
영화 [The Last Dance Club]
불금 불토, 현대를 살아가는 20대라면 일주일 내내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불금의 홍대는 정말 눈부시다. 비가 오건 눈이 오건 춥건 덥건 쌔끈하게 차려 입은 남자들과, 계절을 불문하고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여성분들까지 말 그대로 핫하다.
불금의 홍대는 어떤가? 클럽 음악이 흘러나오고 여기저기서 남녀들이 어울려 술을 마신다. 그 중에는 단연 오늘 하루 같이 지낼 상대를 찾는 헌팅족들이 대다수다. 여자들끼리 혹은 남자들끼리 술을 마시는 테이블은 백이면 백 헌팅을 하거나 당하거나 둘 중 하나다. (혹시 당신이 동성끼리 간 술자리에서 한 번도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면 당신은 다른 파티를 꾸려야 한다. 얼굴마담 한 명쯤은 있는) 얼굴마담들의 헌팅이 시작되고 여자들은 꺄르르 거리며 상대 테이블을 힐끗거린다. 4명 중 3명 OK 1명 폭탄. 괜찮다. 해볼 만하다.
자리를 옮긴다. 자기들 외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룸 술집이 단연 2차로 제격. 슬슬 시동이 걸린다. 술잔을 부딪치며 마시던 술들이 이제 소주잔을 떠나 입에서 입으로 간다. 어색한 듯 수줍음을 타던 그녀의 손은 이미 그의 허벅지 위에 올라간 지 오래다. 빈 술병이 하나둘 늘어갈수록 그녀들의 혀는 꼬이고 남자들은 이야기 보따리를 푼다. 자기는 한 여자만 보는 스타일이다. 첫사랑 그녀를 아직 기억한다. 여자들의 모성애를 자극하기 시작한다. 근데 너 보니까 그 애 생각이 안 나. 여자가 넘어왔다면 게임 끝. 이렇게 홍대는 물론 근처 합정 상수동까지 빈 모텔방을 찾기가 힘들다. 오죽하면 금토는 모텔 값이 부르는 게 값이다. 낮에는 여러 커플들의 안식처가 되었던 모텔들이 밤에는 오늘 처음 보는 남녀들의 안식을 기도하기 위해 남자들의 카드를 긁어준다.
그렇게 홍대 부근에서는 금요일 하루만 몇 마리의 정자가 세상 밖으로 나왔을까? 못해도 우리나라 1년 예산 357조보다 더 나왔으면 더 나왔지 덜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하룻밤을 보낸 남녀는 다음을 기약하며 아침에 같이 해장을 하고 (혹은 방에서 혼자 일어났다던가) 다음을 기약하며 택시를 타고 헤어진다. 택시를 타서 여자는 생각한다. 근데 나 쟤 번호 아나? 알 리가 있나. 몸이 외로워서 마침 걸려든 남자인데 번호가 무슨 소용이람. 아 혹시 정말 좋았다면 애프터 섹스를 위해 번호쯤은 받아뒀을 수도?
우리 예전의 중고등학교 때로 돌아가보자. 손 한 번만 잡아도 얼굴이 빨개지고 일어나던 너의 존슨 기억나는가? 하지만 정신 차려보고 지금 당신을 보라. 오늘 술자리에서 처음 본 남자 혹은 여자랑 손잡는다고 아랫도리에서 찐하게 올라오는 뜨거운 무언가를 느껴본 적 있는지를.
‘platonic love'는 이제 우리에게 생소한 단어다. 저런 단어가 있었는가도 싶다. 아 교과서에서는 본 적 있지. 윤리교과서에서. 이제 플라토닉러브는 끝났다. '플라土닉 러브' 토요일을 그냥 집구석에서 보내긴 아쉽다. 나가서 뭐라도 해야 한다. 아니 쌩판 처음 보는 여자의 손이라도 잡아야 한다. 가슴은 못 만져도 허리라도 감싸 안아 봐야 집 가서 발 뻗고 잠잘 수 있을 거 같다. 여자친구는 없고 내 아랫도리는 외롭고, 그렇다고 아무나 불러서 놀기엔 뒷감당이 힘들고. 그래, 오늘 보고 잠수 타면 그만인 하룻밤 ’플라土닉 러브‘ 를 찾자. 하지만 생각해보라. 지나가면 보이는 게 다 연인들인데 왜 유독 홍대에서는 커플 찾기가 힘들지? 아니 니가 지금 잡고 있는 그 가슴 주인이, 니가 받아들이고 있는 그 존슨 주인 애인이 지금쯤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과 섹스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까?
음 더 명확하게 따져보자면 전 국민 스와핑인 건가. 보이는 대로 먹지 말고 헌팅 시작할 때처럼 매의 눈으로 잘 지켜봐라 그녀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 자국이 있지 않은지 아니면 커플링처럼 보이는 반지가 뜬금없이 약지가 아닌 검지에 끼워져 있는지 혹은 핸드폰 카톡 목록 젤 상위에 있는 하트가 들어간 그 이름주인이 누군지 하다못해 커플각서라도 설치되어있는지 잘 보란 말이야. 그리고 너도 정신차려 당신 옆에 그 혹은 그녀가 너와는 플라토닉일지라도 다른 플라土닉을 품고 있는지 어떻게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