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BDSM] 바닐라군과 바닐라양을 위한 SM play - 생활의 발견 1
이번에는 소프트한 SM 플레이에 대한 조언을 한데 묶어서 써보려고 한다.
무슨 조언이냐 하면, 바닐라양과 바닐라군을 위한 가볍고 실천 가능한 SM플레이에 대한 소개 및 설명 따위를 말한다. 전편들에서 설명했다시피 바닐라는 일반적인 섹스라이프를 향유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SMer들의 은어다. 여기엔 <바닐라는 자극이 없는 싱거운 맛이다.>, <우리는 더 자극적으로 산다.>고 하는 은근한 자부심, 내지는 SMer들-변태들-에 대한 사회적 및 관습적인 경멸에 대한 반발심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나는 바닐라라는 표현을 쓸 지언정, 변태가 아닌 정상적인 분들을 <싱겁고 재미없는 녀석들>이라는 식으로,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때로 건포도나 과일향 정도는 첨가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취향에 따라 취사선택하면 될 일이지만, 한 번 그렇게 먹어본다고 손해볼 일도 아니고, SM적인 성적 유희나 정사가 꼭 SMer들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구미에서는 상류층들의 일시적인 유희 정도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리고 SM은 꽤 자극적이다. 꼭 돔이나 섭, 주인이나 노예가 돼서 어둠의 변태자식이 되라는 것이 아니라 뭐 한 번쯤은 가벼운 마음으로 남녀가(성적 정체성에 따라서는 남남, 여여가, 때로는 다수가) 즐겨 볼 수도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그리고 가벼운 SM 플레이를 위한 조언이란 것도 사실 그렇다. 강렬하고 자극적인 정사에 대한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밤마다 침대가 부서질듯이 포효하는 바닐라도 있는가 하면, 섭의 목에 칼라(개목걸이)를 채워 놓고 <주인님> 소리를 듣는 것으로 만족하는 양순한 SMer도 있다. 예를 들어 정열적이면서도 타락한 분위기의 정사를 하나 설정해서, 온 몸에 크림을 발라 놓고 혀로 전신을 핥아 그것을 먹어치우는 애무를 생각해 보자. 나는 땀이 많은 체질이어서인지 습하고 끈적한 모든 것을 싫어한다. 그리고 여성동지들은 잘 이해하기 힘드시겠지만 이상할 정도로 단 맛을 싫어한다(멜돔인 내가 그걸 핥을 리는 거의 없지만). 나는 결코 그런 식의 성행위를 좋아하지 않으며 물론 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변태인 필독과 달리 성생활이 건전한 분들도 취향에 맞는다면 얼마든지 몸에 크림을 부을 수 있다.
말하자면, 나의 조언이란 것이 어떤 분들에게는 아주 시시하고 유치한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상상하기도 싫은 더티한 것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나의 기준에서 <이 정도면 바닐라 분들도 편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것 몇 가지를 써 보려고 하는 것이다. 서설이 길었으므로 이쯤해서 빨리 본론으로 넘어가야겠다. 자 그래서 생활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SM, 줄여서 생활의 발견 첫편 gogo.
PS. 당연한 말이지만 다음의 내용은, 강제로 하지는 말고 상대의 합의를 거치고 하자. 당원 여러분들의 수준을 왜 의심하겠느냐마는... 그저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다.
> 당신은 얼음공주
얼마전 그녀-내가 요즘 이렇게 부르고 있는 처자-와 함께 여행을 갔던 태국에는 얼음이 흔하다. 어디를 가나 얼음이 보인다. 아마 얼음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아닌가 싶다. 덥고 습한 곳인데다 냉장(그리도 냉동)시설이 흔치 않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맥주도 언더락으로 마신다!(태국의 맥주는 도수가 높은 편이라 얼음이 녹아도 그럭저럭 먹을 만 하다. 얼음을 염두에 두고 그렇게 만든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뭔가를 얼음과 함께 마시는 걸 당연시한다. 하긴 그렇게 먹지 않으면 금방 미지근해지니까... 여하튼, 그래서 어디서든 쉽게 얼음을 구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어디에나 있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도 봉지 단위로 언더락용 얼음을 판다. 동네에 따라 물가가 다르지만 대충 우리 돈 300원 정도면 한 손으로 들기에 조금 무거울 정도의 얼음 한 봉지를 살 수 있다.
어디에나 얼음이 있으니 그녀와 나도-사실은 내가- 변태짓에 얼음을 많이 이용했다. 온도차를 이용한 괴롭힘은 SM에서는 흔한 플레이에 속한다. 섭을 찬 물에 담근다든지, 한겨울날 알몸으로 창가에 세워서 벌을 준다든지 말이다. 어쨌든 얼음은 그것보다 신사적이다. 특히 더워서 환장할 것 같은 태국에서는. 나는 종종 그녀를 눕혀 놓고 눈을 가리고는, 얼음으로 그녀의 신체 구석구석을 공략했다. 이를테면 배꼽에 놓는다든지, 클리토리스나 질 입구를 문지른다든지, 항문을 꾹 찌른다든지 말이다. 이거 간단하지만 의외로 재미있다.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생소한 차가움과 그것이 어디를 향해올지 모르는 긴장감 때문에 상대의 손 끝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공략하는 사람의 즐거움은 얼음플레이 자체보다는 상대의 아련한 반응에 있다. 피부 표면에 미끄러지는 투명한 얼음과 살짜쿵 찌푸려진 연인의 미간, 에로틱하지 않은가? 여성이 남성을 공략한다면 남근 주변을 얼음과 손으로 애무하며 발기탱천을 유도할 수 있으리라.
물론 주의할 점도 있다. 한 부위에 얼음을 오래 놓는 것은 좋지 않다. 몇 초 단위로 옮겨주어야 괴롭지 않다. 동상의 징후, 이를테면 아프고 가려운 반점 따위가 생긴다면 어찌할 텐가? 고환을 얼음으로 장시간 공략한다면 아마 남자는 뻑적지근 아파서 죽을 지경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갓 꺼낸, 서리가 낀 상태의 땡땡 얼어붙은 얼음은 피부에 닿으면 들러붙을 수 있다. 그 부위가 여성의 클리토리스나 질 근처라고 생각해보라. 끔찍하지 않은가? 손으로 쥐고 살살 굴려서 매끈하게 만든 후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얼음은 절대 여성의 음부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질에 동상 걸리면 답 안 나온다. 마지막으로, 얼음의 각진 모서리나 깨진 단면, 녹아서 날카로워진 부분을 조심해야 한다. 민감한 부위-음부나 유두 따위-가 찔리거나 긁히면 전혀 에로틱하지 않다. 날카로워진 얼음은 버리고 딴 거 쓰시라. 얼음 그거 귀한 것도 아니지 않나.
> 보이지 않는 위험
보이지 않는 것은 두렵다. 적당한 두려움은 견딜만한 긴장감이 되고, 그것은 종종 성적인 긴장감으로 연결된다. 눈을 가리고 패팅과 섹스를 하는 것은 매우 자극적이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일반적으로도 흔한 방법이다. 눈이 가려진 상태에서는 자신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신체에 전해오는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통제권의 상당부분을 상대에게 넘겨주게 되기 때문에, 즉 수동적인 상태가 되기 때문에 자신에게 오는 성적 자극을 더 열망하게 된다. 그 왜, 남자들이 똑같이 남근을 쥐어도 자신의 손으로 쥐는 것과 여자친구가 쥐는 것이 영 다르지 않은가?
눈을 가리는 방법이야 뭐 흔히들 알고 있을 게다. 수건이나 모텔의 베개 커버를 착착 접어서 뒤로 묶으면 된다. 수면용 눈가리개를 사도 된다. 그냥 섹스를 할 때 티셔츠 따위를 얼굴에 덮어 놓을 수도 있다. 나는 눈가리개를 추천한다. 풀어질 염려도 없고 가볍고 편하기 때문이다. 연인의 눈을 가려놓고, 주춤거리는 그의 손을 잡고 방 안의 침대나 소파 등으로 인도해 보라. 자연히 당신을 의지하게 될 것이다. 소파에 앉혀 놓고 기습적인 키스를 한다던가, 예상치 못한 곳(이를테면 지금 애무하고 있는 곳과 거리가 먼 신체부위)을 갑자기 애무한다면 당신의 연인은 금방 흥분할 것이다. 당신이 그를 예고 없이 스윽, 눕힌다면 그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감에 두근거릴 것이다. 서로 믿는 사이이고 합의가 된 상태라면, 신체와 상황에 대한 결정권을 잠시 그에게 빌려줄 수도 있잖은가?
참고로 나는 누워 있는 그녀의 얼굴에 내 티셔츠를 덮어놓았다가 땀내 난다고 욕 많이 먹었다. 세팅을 잘 하도록 하자.
> 보이지 않는 더 심한 위험
<알 수 없는 공포> 시리즈는 다양하게 연장될 수 있다. 나는 어디선가 비닐봉투를 이용한 플레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왠 비닐봉투인가 싶었는데 내용을 들어보니 다음과 같았다. 일단 섭을 발가벗겨서 검은 비닐봉투를 얼굴에 씌운다. 물론 단단히 씌우거나 밀봉해 숨을 쉬기 어렵게 하는 식으로 위험한 짓을 하는 게 아니고 단순히 그냥 덮어씌운다. 그렇게 해서 앞이 보이지 않아 허둥지둥대는 섭을 이끌고 욕실로 간다. 그곳에 세워둔 다음 샤워기를 트는 것이다. 그러면 샤워기에서 쏟아져나오는 물이 비닐봉지에 부딪히면서 두두두두두, 하는 엄청나게 큰 소리-비닐봉지가 씌워진 섭의 귀에는-가 앞을 보지 못해 두려워하는 섭을 덮치는 것이다.
와 괜찮다, 싶어서 바로 모방해 봤다.(상대는 문제의 <그녀>였다.) 효과는 엄청났다. 그녀가 그렇게 공포에 떠는 모습은 처음 봤다. 샤워기 물을 맞으며 창백하게 얼어붙어서는 바들바들 떨면서 나가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을 감상하고 있자니 너무 즐거워서 변태로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얼만큼 취향에 맞는지,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하튼 보이지 않는-알 수 없는- 불안감을 조성해 성적 자극을 유발하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 눈과 귀를 봉인해 촉각만을 남겨놓는 것도 좋은 방법. 혹은 아주아주 소프트하게 빛이 전혀 들지 않는 공간에서, 극도의 어둠 속에서 서로의 몸을 더듬어가며 행위를 하는 것도 얼마나 에로틱하고 자극적인가.
> 보면 어쩔거야
<어쩐지 알 수 없는 두려움>에는 자신이 파악하지 못하는 타인의 시선도 존재한다. 누군가 날 보고 있다. 아주 부끄러운 모습을 말이다. 나는 부끄러워 죽겠는데, 그는 태연자약하게 그런 모습을 물끄러미 보는 것이다. SMer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자위다. 무슨 말인가 하면, 섭에게 자위를 하라고 명령한 후 돔은 그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다. 때로는 몇 명 이상의 돔들이, 마치 그곳이 공공장소이거나 섭의 자위가 공적인 구경거리라도 되는 듯 섭 한 명의 자위를 지켜보기도 한다. 이 때 섭은 보통 더 흥분하게 마련이다. 물론 돔들도 즐긴다. 손가락이나 자위기구에 의해 달아오르는 한 명의 성기가 전시되어 있고, 그것을 아무렇지 않다는 투로 구경하는 여럿. 이거이거... 자극적이지 않은가? 응?
물론 이런 플레이가 명백히 관음증과 노출증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SMer인 나는 애초에 변태이므로 이런 단어들이 나와 관련되는 것을 경계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관음과 노출에 대한 욕구가 조금, 혹은 어느 정도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관음증, 혹은 노출증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관음을 소재로 한 포르노는 흔하다.(이화여대 학생들이 소변 보는 모습을 몰래 찍은 악성 몰카도 있다. 우리 이런 짓은 하지 말자.) 이를테면 AV 배우가 나와 혼자 자위하다가 끝나는 포르노 영상. 이것이 포르노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관음욕을 충족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장면으로 발기하는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그들이 다 관음증 환자란 말인가? 그리고 포르노 자체가 일종의 관음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분이 그런 플레이를 하라는 것도 아니다. 얼마든지 소프트하게 변형시켜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연인의 자위모습을 그저 혼자 보는 것. 그가 지켜본다는 생각에 당사자는 더 흥분할 것이고 상대는 자신이 지켜보고 있는 것 자체에 흥분할 것이다. 도저히 흥이 오르지 않고 불편하기만 하다면 <에이, 이건 별론데>하고 다른 영역을 개척하면 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은 사실 생각해보면 아주 많다. 더 소프트하게는, 자위 등의 행위를 일체 하지 않고 그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음부를 물끄러미 관찰할 수도 있다. 이런 것에 필이 꽂혀버린 당신, 변태 아니니 걱정 마시라. 발기되거나 젖은 당신의 그곳이 <죽음에 이르는 병>의 징후는 아니다. 변태 아무나 되는 거 아니다.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내가(그리고 나의 그, 혹은 그녀가) 느낀다는데, 누가 누구의 무엇을 좀 보면 어쩔텐가 말이다. 그리고 하나 더.
문제의 그 시선이 나를 보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마음이며 나는 그가 나를 보고 있는지 아닌지 전혀 알 수 없다면 말이다. 이거 생각해보면 은근지 세지 않은가? 그러면 어떻게 이런 놀이를 즐길(?) 수 있을런가. 간단하다. 눈을 가리면 된다. 눈만큼 사람에게 일상적이고 편리한 기관은 없다. 다른 것도 아니고 당신의, 혹은 그의 <시선>을 이용한 플레이, 좋지 않은가.
이외에도 생활 속에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한 SM플레이의 다른 예를 다음 시간에 계속하기로 하자.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