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나의 끼를 찾아서
영화 [deadpool]
성 생활이 예전 같지 않은 이유가 뭘까? 혼자서 고민을 하다가 “너보다 많이 살았으니 내 말이 무조건 맞아.”라며 항상 명쾌한 결론을 내주는 인생선배 언니들과 대화를 나눴다. 내 얘기를 쭈욱 경청한 언니들의 반응과, (모든 여자들이 그렇듯) 수다를 떠는 와중에 스스로 깨닫게 된 성 생활 부진의 원인은 대략 몇 가지로 정리가 됐다.
첫째, 변비…
만성적인 변비는 모든 여성들의 숙적이다. 더부룩한 배는 모든 것이 귀찮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행동하게 만든다. 섹스에 임하는 자세도 당연히 소극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오럴 플레이를 하기 위해 배를 접는 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더부룩한 배는 섹스를 시작하기도 전에 거부하는 현상을 초래해, 자칫하면 섹스리스의 길로 접어드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둘째, 권태감?
많이들 그렇다는 대로 한 사람이랑 4년 반을 섹스 하니 말초신경이 지겨워 진 걸까? 지겨워진 말초신경을 자극하기 위해 서로가 신선하게 다른 남자, 다른 여자를 만나서 섹스를 한다면? 아마 서로가 약간의 설레임을 담은 신경전을 벌이고, 낯선 살이 스칠 때 마다 그 온기에 찌릿해 하는 순간까지는… 남자가 나의 몸을 간절하게 원하고, 흥분한다는 걸 즐길 수 있는 그 순간 까지는...., 아찔해 질 수 있을 것 같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일 테니까. 그러다가, 그의 입술이 내 몸 어딘가에 닿고 - 더군다나, 침까지 닿고 - 그의 뾰족한 부위가 내 몸에 들어오면? 뭐랄까… 이물감이 들지 않을까 싶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하고만 섹스 하는 스타일도 아니지만, 낯선 사람과의 섹스에서 흥분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결혼한 지 10년이 훌쩍 넘은 A씨는, 나도 그랬어. 3년만 더 지나봐 ~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서는) 나의 성생활 장애 요인 중 변비를 뺀 나머지가 다른 남자랑 섹스를 해 보는 것으로 해결 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 몸을 다루는 법을 또 다시 누군가에게 새로 알려줄 만큼 열정과 부지런함이 없는 나로서는, 가장 익숙한 사람만큼 편한 사람이 또 없을 테니 말이다. 다만, 사라져버린 로맨스가 아쉽기는 하다. 만약 내가 ‘섹스는 남편이랑 할 테니, 당신은 우리 부부가 잃어버린 로맨스만 충당해 주세요.”라고 한다면 받아들일 남자가 이 세상에 있을까?
셋째, 끼의 부재
K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영화에 나오는 한 여배우가, 샴페인을 먹다가 그걸 돌발적으로 몸에 끼얹어서 남자에게 핥게 하는 장면이 나와. 그 장면이 멋있어서, 나중에 따라 해야겠다~~ 라고 학습하는 여자가 있는가 하면, 어디서 배우지 않아도 그런 액션이 몸에 밴 여자들이 있지. 그런 여자들을 보면 질투가 나. 그런 끼가 몸에 배야 섹스도 잘 하는 건데 말이야. 나는 한 때 상당히 끼가 많은 여자였다. (라고, 나는 단정하고 있다.) 근데, 어느 날부터인가 모든 게 멋 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클럽에서 맨 정신으로 춤추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건 소심해졌다는 뜻이며, 섹스를 할 때도 상대방의 반응을 지나치게 의식해 최대한의 기량을 펼치기 힘들어졌다는 의미다.
그래서 결론은?
운동부족으로 인한 만성 변비와 잃어버린 끼를 되살리기 위해 춤을 배우기로 했다. 음악과 내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면서 정열적인 살사댄스나 벨리댄스를 추다 보면 삶에 찌들어 정체돼있던 나의 섹시함이 물씬 살아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