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감상에 젖다
<여자, 정혜>
첫사랑을 만나던 당시에 우리는 자주 섹스했다. 많은 남자를 만났지만, 첫사랑과 가장 많이 섹스했다. 솔직히 첫사랑과 소위 속궁합이 좋지는 않았다. 삽입섹스로 거의 오르가즘을 느끼기 힘들었다. 하지만 삽입섹스로 충분히 만족하지 못하는 나에게 배려는 있었다. 바로 오럴섹스로 오르가즘을 먼저 느끼게 해줬다.
첫사랑이 나에게 해주는 커닐링구스는 특별한 것이었다. 철저히 남성 중심의 섹스만 해오던 그는 여자에게 커닐링구스를 전혀 해준 적이 없었다. 그에게 오럴섹스는 남성이 받는 것이었고, 초반에는 커닐링구스를 해주는 것에 대해 내켜 하지 않았다. 사실 나의 만족을 채워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나의 요구 때문이 더 컸을 것이다.
그 당시 나는 섹스를 매우 좋아하지는 않았다. 섹스를 별로 안 해봐서 색 맛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우울해서 자주 성욕이 오르지 못했다. 또한, 피임약 부작용으로 성욕은 더 떨어졌다.
잘 젖는 편도 아니었다. 지금도 흥건히 자주 젖는 편은 아니다. 질염에 걸려도 분비물이 팬티에 거의 묻어나오지 않을 만큼 애액이 많은 편이 아니다. 아무튼, 마른 보지에 커닐링구스는 아주 유용했다. 입구를 젖게 만들고, 흥분까지 이르게 해줬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다소 이기적인 여자였다. 나와 섹스하려면 커닐링구스를 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귀찮아서 펠라치오를 자주 해주지 않았다(나는 오럴섹스가 좋지만 귀찮다. 페니스가 작은 편에 속하는 남자들에게 언제나 달콤하게 속삭이고, 큰 편에 속하는 남자들에게 대단한 듯 칭찬을 늘어놓았지만 사실 큰 페니스를 많이 만났었다. 그래서 크고 단단한 걸 애무하는 건 꽤 번거로운 일이다). 게다가 다른 남자에게는 ‘나랑 섹스할 거 아니면 만나자고 하지 마.’라고 했고, 섹스하기 피곤하면 ‘나랑 섹스하려고 만나’냐고 말했다. 그렇다. 나는 섹스 가치관이 다소 자기중심적이다.
첫사랑과 자주 섹스한 이유는 단순하다. 상대는 혈기왕성한 나이였고, 우리는 자주 긴 시간 붙어있었다. 남녀가 계속 붙어있으면 없던 성욕도 생긴다. 바지 단추를 채우고 지퍼를 올리지 않은 상태처럼, 상의에 머리를 넣고 팔은 넣지 않은 상태처럼, 온전히 완성해야 한다는 충동이 생긴다.
첫사랑은 잘 흥분하지 못하는 나를 데리고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했다. 침실에서 여자를 거의 창녀처럼 대했던 태도가 어느새 섬세하고 부드러운 남자로 변했다. 그게 포인트는 아니었다. 첫사랑은 나를 성적으로 개발시키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오줌이 마려우면 싸버리라고 하고, 내 버자이너 구석구석 모두 개발시키려고 작정했었다.
나는 사정한 적이 없다. 포르노에서 질퍽한 액체가 물총처럼 튀어나오는 그 사정 말이다. 첫사랑은 나를 개발시켜 그 사정 방법을 이루려고 했다. 그리고 자주 자궁경부를 건드렸다. 그는 아주 단단하고 휘어있는 큰 자지를 보유했다. 항문 빼고 성기의 모든 기능을 다 자신이 개발하려고 노력했다. 체력과 힘이 좋아 이런저런 포지션과 도전이 계속됐다. 나는 점점 지치고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그의 노력은 성감발달에만 그치지 않았다. 색노동 기능 향상에도 신경 썼다. 내가 펠라치오를 잘한다면, 아마 첫사랑 덕분이다. 그는 내가 펠라치오를 잘하게 훈련 시켰다. 그는 내가 소위 업소 여자들처럼 펠라치오를 잘하길 희망했다. 그는 대체 어떤 여자들을 만났던 걸까...
이제 와서 하고 싶은 말은 첫사랑이 개발하고자 했던 성감이 지금은 많이 발달했다는 거다. 전보다 애액도 많아지고, 질감도 훨씬 좋아졌다. 자궁 경부의 이상한 쾌감도 안다.
첫사랑이 몇 번째 상대였는지는 모른다. 아마 열하나마흔네 번째였을 거다. 하지만 나는 어렸다. 인제 와서 조금 성감에 대해 알게 됐다. 무던한 개발의 노력도, 능숙한 파트너 만남 때문도 아니다. 성감은 나이가 그만큼 더 들고, 성생활의 기간이 늘어난 산물이다.
내 성기를 실컷 요리해 발달시키려 했던 첫사랑이 생각난다. 밝은 분홍색 자연 포경 된 페니스도 생각난다. 그리고 잘 생각이 안 난다. 이제는 그 사랑스러운 기억은 흐리고, 느낌만이 남아있다.